실은 내 잠바를 걱정해야 했다.
어제,
어머니 가을 잠바 있으세요? 다음 주 1박으로 월정사에 가요.
어머니는 흔쾌히 가겠다 하셨다. 전 같으면 됐다고 하셨을 텐데...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동해에 다녀온 기억이 좋으셨던지
그때 거기 가는 거냐고 하신다.
바닷가 쪽으로 갈 수도 있어요. 근데 이번엔 숲이에요. 절 안 좋으세요?
난 절은 싫다. 하나님 믿는 사람이라.
풍경 보세요.
오늘은 월미도에 모시고 왔다. 조촐해진 명절. 아침 먹고 달리 이벤트가 없어서 산책을 나온 것.
차에서 내내 생각했다.
남편은 어제도 여기 오늘도 여기...
자기 추억을 완성하는군!
어머니와 남편은 같은 말을 계속 주고받는다.
비가 안 오네.
밤에 온대요.
비도 안 오고 좋네.
밤에 온대요.
그런데 나에게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혼자만 회오리에 감싸였다.
옷을 잘못 입고 나왔어.
재치기에 콧물이 몰아닥치는 통에 마스크를 쓴 채로 폭망 해 버린 것이다.
방금 새로 쓴 마스크였는데...
게다가 웬
바람이 이렇게 찬 거냐.
집에서 후끈후끈 설거지 끝이라 그런가 더워서 땀이 나길래 얇게 입고 나왔더니만 나는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도저히 바람을 견딜 수 없어 나만 차에 남기로 했다.
웬만하면 같이 걷는데 도저히 재채기를 당해내지 못했고 늘 그렇듯 그녀는 나의 지체를 기다리지 않기에...
에취~에취~
나 이 바람이 힘드네...
그럼 차에 가 있어.
(그러지 뭐.)
그러면서 문뜩 드는 생각이.... 나도 변변한 간절기 잠바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석은 늘 따사로운 햇살에 아직 여름인듯한 날씨이면서도 간절기였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다.
나의 비염은 간절기마다 특히 심해지고 알레르기 약을 달고 사는데 오늘 같은 날 얇게 입고 바람을 그냥 맞았다는 거지!
그리고 난 아직도 어머니 콤플렉스에 벗어나지 못하는가. 내게도 외출할 때 입을 만한 편한 잠바 하나 없어 그냥 어제 입던 옷을 다시 입고 나왔단 걸 깨달으며... 어머니 잠바는 하나 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지.
우리네 삶은, 아니지, 내 삶이지. 언제까지나 나를 챙기지 않고 갑작스러운 바람에 코나 훌쩍이고 식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어젯밤 추석 특선 영화 미나리를 함께 보았다.
재미도 없네. 뭐.
하고 피곤하시다며 주무시러 들어가신다.
극장에서 봤을 때 줄거리는 떼었으나
문학은 다시 볼 때마다
감동이 새롭다.
나는 곳간이 불에 타버려 미안하고 허망한 마음에 터덜터덜 걷는 윤여정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때 데이빗이가 할머니 가지 말아요. 우리랑 같이 살아요.
하고 뛰어가는 모습에 생각이 복잡하다.
영화의 상징성은 현실과 좀 다르다.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와 족보가 다른 분이다.
딸과 며느리는 그 존재 자체가 다르게 발생했고...
아무리 가까워져도 그녀들의 관계적 거리는 좁힐 수 없는 무언의 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