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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Jan 03. 2023

시간의 농간


나의 하찮은 기억에 말려 낭비하고 마는 시간들에 대해

새해 첫날 부터

정신없이 굽이진 골목을 헤매고

다니다가

나의 서비스와 정성에는 상관없이

더더욱 많은 것을 원하는

소비자를 보고

내가 하는 일이

내 지식을 파는 것인지

내 영혼을 파는 것인지

내 몸을 파는 것인지

상품이 된 자괴감은

여전하더랍니다.

고고한 척을 하는 것도 아니요

오로지가고자 하는 길을 갈 뿐인데

뒤통수에 쏟아지는 예기치 못한 지껄임에

우르르 무너지는 일 따위는

매년 안 하려하지만

꼭 그렇게 되고마는 챗바퀴에서

다시 노예가 되고만

시인은

시간의 농간에 자조적인 냉소를

글로 남길 뿐

선량한 차별주의자도

도덕적인간도 뭣도 아닌

내 안에 차별만을 가득지고 이 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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