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고 문학을 연구하는 학도도 아니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발을 들여놓은 시장이 방문교육이라 쭈뼛쭈뼛 틈을 열고 배우며 가르치며 하다 보니 세윌이 이만큼 건너뛴 듯 다가와 있다. 심지어 노년에 대한 독서를 하며 이제 나도 가야 할 때를 준비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서툰 독서보다 폭넓은 조망은 가지려 폼좀 내보는 우쭐함을 가져보기도 한다.
아이고나! 글로 만나는 세상이란 어찌나 자유로운지,
생각의 바다에서 동동거리며 허우적거리는 게 얼마나 자기도취에 빠지던지! 이곳이야말로 혼자 가는 막가파의 자유로운 인생 공간이었다.
자뻑에 빠져 북 치고 장구 치던
자칭 '노 작가'에게는
있으나 시끄럽지 않은, 그러나 포부 만장한 희망의 공간이 글, 그리고 독서토론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제가 성리학적 궁리의 세계에 빠져 수업 안을 계발하고
아이들을 만나 유레카의 환호를 체험한다 하더라도 실상은,
월회비를 틀어쥐고 있는 회원모들의 눈빛 하나면 기고만장 뭐나 되는 줄 아는 우쭐함도 부처님 손바닥 안에 가운뎃손가락 절벽에 부딪혀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이 칼날에 서듯 예민하여,
자신이 가는 이 길의 정체성에
사정없이 휘말려 거친 폭풍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모진 소나기 후,
개인 하늘에서 똑딱 떨어지는 나무 끝 잎사귀에 고귀한 빗물 방울 하나를 이마에 툭!
맞고서는 구원의 햇살이라도 만난 듯
다시 힘을 내고, 심지어 사명감에 도취되어
툭툭 털고 일어서며
본인은 일개 미미한 티끌이었음을
자각하고 고백하고 마는 것이었다.
광명한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는 것조차 피조물의 찬미를 전해야 하는 어느새 성자라도 된 듯 또 그렇게 오뚝이가 되어 일어서고 또 흔들리고, 다시 서고 그러기를 20년이 훌쩍 넘어섰다.
무슨 00잔치나 00 경축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다 말고 일어난 방금 전부터
정신이 퍼뜩 들어 지금 감이 온 거야~이때다
적어 내려 가기 시작한 자동기술 같은
이 순간 몰입이
그저 좌표가 거기에 꽂혔을 뿐이다.
그래에! 나는 거기야~
아직도 때가 된 것은 아니나 언제고 무르익음은 평생 저절로 될 것 같지 않아,
지금 이 순간 다시 잠들 때까지 손가락의 방향성으로 던지고 또 던져본다.
뒷목도 뻐근하고 손목이 저린다.
이래 정처 없이 과녁을 찾지 못하고 쏜 화살이건만
인생의 그 방대한 과녁은 어디에 쏘았는지 모른 화살을 사실은 차곡차곡 갈 곳을 찾아 모아 두고 있었다.
통증이 시작되네. 아직은 아닌데...
잠시만, 잠시만 그러고 있어라. 나의 독자들이여.
돌아올 때 다시 유연해져 있기를 바라며 지금은 그쳐야 할 시간 잠시의 휴식 뒤에 다시 찾아오자.
뒷목 당김. 이놈이 복병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