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족하다.
어르신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소가들이
맘 편하게 빠져들다 풍덩 우물에 빠질지 모른다.
고두심, 박원숙, 나문희, 김혜자, 주연, 신구, 고현정, 조인성, 신성우, 이광수 등 초호화급이니 연기력은 믿고 볼 수 있다.
다만, 당신의 가족관이 문제이다.
여자 사람의 무게를 얼마나 지어봤는지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수용해줄 수 있는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고개를 조금 숙이고 화면을 보는 것도
힘들어 뒷목이 뻗뻗하고 턱이 아픈 오늘
나는 드라마 속 친구가 그립다.
평생 꽃길만 걸었을
예쁘게 늙어준 그녀.
어느 날인가부터
문득문득 기억을 놓치고
시도 때도 없이 밥을 먹는 희자이다.
망각의 과거 속 못다 한 말이 있는지
다른 세계에 다녀온다.
그녀에게는
일상의 연장선일 뿐이었는데
우리에게는 쑥~밀려들어온다.
안타까움. 두려움.
그녀가
베개를 등에 업고 한없이 걸어가자
강렬한 그 무엇이 쿡 찔려왔다.
엄마!
그렇게 아프셨나요?
희자라는 엄마에게 묻게 된다.
결혼은 인간에게 특별한 체험을 하는 도전장이다.
아직까지도 결혼제도는 올무에 메이듯
삶의 대부분을 올인하게 한다.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하고.
그 시절 우리 엄마들은
어쩌면 그 선택이 혁신의 대세였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족을 벗어나 또 다른 가족으로.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 하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사연 하나.
그걸 좀 들어주어야겠다.
희자는 신혼 때
병원도 없는 외지에 살았다.
남편도 오지 않고 아무 테도 도움받을 길 없는 시골에서 열이 끓는 아이를 업고
한없이 걸어 걸어 병원을 찾았으나
아이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때의 적막과 강렬한 슬픔이
평생 속죄하고 살아야 하는 어미의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겼다.
첫아이를 잃었다는 회한을 발설하면
큰 금기 인양 평생 동안 묻고 살아왔다.
어느 날 노년이 되어
가슴에 오직 하나의 좇고 싶은 기억을 담아야 할 때가 오자
그녀는 그 시절을 마음에 담았다.
가장 옆에서 평생을 의지했던 친구 정아에게조차
서럽고 서운한 감정을 화로 쏟아내며
접근금지를 요구한다.
그때 너도 내 옆에 없었어!
평생의 투정과 화를 다 쏟아낼 때
정아는 치매에 걸린 친구를 위해 소리 없이 눈물 흘린다.
나도 내 아이를 잃었어.
그때 많이 힘들었단다.
엄한 시어머니와 가난의 콤플렉스를 가진 가부장적 남편.
뱃속 아이가 이상해요!
말했으나 바쁘다며 알아서 하란 듯
거들떠도 보지 않던 남편.
아들을 못 낳는다는 평생의 구박을 짐 진 채
묵묵히 살아왔던 그녀 정아.
아이를 못 낳아 입양했던 큰딸을 키우며
여자로서 못다 한 사명인 듯 어떻게든
잘 키우려 하나
아이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아비 앞에 운다.
가난한 부모는 자식을 위해
참으라고 화를 낸 게 아니라
힘없는 자신의 무능에 화가 난다.
그렇게 자신처럼 숨죽이며 살았던 딸이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며 탈출을 시도한다.
정아는 딸의 진실을 알게 되고
더없이 미안했던 엄마의 존재감이
아무 힘없이 자책으로 절망한다.
왜 나를 지키지 못했고, 왜 딸을 지키지 못했을까.
가장인 남편의 가부장적 완고함이 더없이
부담되고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여기며
드디어 70대에 독립을 선언한다.
이 두 사람 외에도 자신의 엄마와 엄마의 고향 동창이던 이모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적는 완이는
어느새 그녀들과 세대를 뛰어넘는 친구가 되어
딸과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담는다.
내 이야기인 것도 같고
옆집 이야기인 것도 같은 여인들의 젊음과 나이 듦 이야기
디어 마이 프렌드!
새처럼 하늘로 날아가는
정아 어머니의 죽음을 보며
중년의 불안함보다
노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뒷따를 아이들의 세대도 이렇게 나처럼 불안하고 또 그리워하며 지나올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찌해야할까?
드라마속 이들이 그 고민을 풀어준다.
디어 마이 프랜드 속 인생을 생각하며
웃다가 눈물짓는다. 슬프기보다 알겠다는
공감의 눈물!
그래서 그랬어.
이렇게 말할 새도 없이 떠나가버리는 그들.
미안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고마운 우리 모두의 고전 같은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