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하루의 기록

by writernoh

그가 퇴근길 택배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그게 뭔지 신나게 환영해 주지 못했다.

그 시간 업무 중이라 눈인사만 하고 잊어버렸다.

저녁을 해결하고 밤이 되자

양푼에 담아 그것을 우두둑우두둑 바스락거리며 먹고 있는 걸 발견했다. "뭐해?"

그는 언제부턴가 설명을 하지 않는다.

혼자서 센베이 과자를 먹으며

흘끗 보고 말 뿐이다. 과자를 사왔구나!

나도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에휴

이게 며칠째인가

이제 먹는 것도 달래주는 효과가 떨어지나 보다.


몇달간 기댈 곳없어 어쩔 수 없이

엥겔지수만 확 높이며 확찐자 시절을 겪는 우리의 발악은 진화해야 한다.

더이상 먹는 보상이 효과적이지 않다.

몸이 둔하다.


텔레비전이 없다면 이 시절 어떻게 보냈을까.

하지만 이제 텔레비전도 시들해졌다.

스트레칭도 오래가지 못하는 건 나의 부족한 의지탓이겠지만!


그의 회사에서 업무 관련기관에 확진자가 다녀갔단다. 어째!

다른데 절대 가지 말라 지시가 내려졌단다.

가끔 둘러보는 시골 본가도 못 간다.

오로지 집과 회사.

나는 원래 집, 집

생각도 바닥난다.

그래도 코로나 블루를 견디는 건 새벽빛 덕분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노랗게 물들어 있는 창가에

자연스레 눈이간다.

붉게 반사된 화분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쁨이다.


게다가 두 주 전쯤, 어쩔 줄 몰라하며

거실서 방황하다가 우연히 화분을 봤는데

꽃대가 쏙 올라와 있다. 기특한 것!


하루하루 화분을 살펴보며 며칠이 지났는데

꽃대가 하나 더 올라온다.

왠지 생명력이 올라오고 잔잔한 기쁨도 생긴다.

오래 보다 보니 일상의 대화는

이들과 깊게 나눈다.



그리운 소식처럼

꽃대가 올라와주니 여간 반갑지 않은가!

자원붕래로구나^^

그리고 곧 아침이 된다는

태양의 찬가처럼

주홍빛 큰 팔로 훑어주는 햇살이

손 휘졌듯 나와 화분과 거실에 모든 피조물을 스치고

한 바퀴 휘익 돌아간다.

동쪽 하늘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저 햇살에

차가운 공기에도 불구

문을 열고 붉은 해를 바라본다.



아침이 되어가는 모습에

영감을 얻으며 소생하는 즐거움을 잠시 누리는 동안 그는 출근을 한다.




이내 반복되는 같은 일상이

내게는 너무도 똑같이 흘러가고


뭔가 일을 한다고 집중을 한 것 같은데

뭘 했는지 모르게 벌써 오후가 지나간다.

이와중에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겨울 잠바로 무장하고 모자를 푹 뒤집어쓴 그가 현관으로 등장한다. 밖이 많이 추운가보다.

다시 저녁이다.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는 일을 가진

이들은 1년 간의 이런 일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년 12월이 오면 코로나 블루의 기운이 어느덧 사라져 있겠지.

그리고 1년 전을 회상하며

그때 좀 일해 놓을 걸하고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