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 정도전

우리 시대 도전은 어디 있는가

by writernoh



정도전을 생각하며

정도전은 나라의 건국을 설계할 정도로 학식이나 의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청소년기 학문으로 맺어진 정몽주와 후에 온건파와 혁신파로 나뉘어 적이 될 때까지, 온몸으로 백성의 삶과 정치권력 사이 뼈저린 시련을 겪어내고 이성계를 만나 조선경국전을 바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확고부동한 정의의 정신과 시대에 타협하지 않는 철저한 외곬의 길이 유명을 달리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칼을 쥔 이방원에 조선을 넘길 수 없고, 민본의 근간을 바로 세우겠다는 정신이
한 잔의 술잔 앞에서 역사의 뒤로 사라지게 된 허탈하기까지 한 사실이다.

삼봉 정도전뿐만 아니라
역사 속 사림 조광조나 실학자 정약용 등을 마주할 때면 옳은 것과 의로운 것 그리고 이로운 것의 사이에서 인간의 정신이 가름된다는 것을 바라보며 슬퍼지게 된다.

오늘 정도전에 대한 수업 준비를 하며
아이들에게 어떤 프레임과
맥락으로서, 이 땅의 역사를 말해주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아무래도 요즘 나 역시도 필요한 덕목이 있어 공유해 보려 한다.

정도전의 어린 시절 성균관 이전 학당에 다닐 때, 똑똑한 도전을 시기하던 형일이란 도령이 도전에게
"네 할미는 천출이다. 천치 같은 종의 피가 흐르는 놈이 어찌 문벌가를 모욕하려 호기를 부려?"
라 어깃장을 놓으며 제 잘못을 덤터기 씌웠다. 친구였던 그가 자신이 활 겨루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이긴 도전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요즘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그때부터 왕따가 되었던 도전과 그의 동생 도존은 참고 참으며 수없이 되뇌고 다짐한다.

심지어 학당 아이들은 시험일자 정보조차 나누지 않고 도전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도전은 갑자기 치르게 된 시험에서 평소의 지식을 답하게 된다.

당시 학당 시험에 훈장님이 내신 논제가 '중과 화(화합할 화)에 대해 논하시오.'였다.
도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과 화는 중용에 나오는 말입니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중이라 하고, 나타나서 다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이릅니다.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고, 화라는 것은 천하의 도를 일컬음입니다."

며칠 후 책씻이에서 훈장은 도전의 모친에게 자신은 이제 더 가르칠 것이 없으니 훌륭한 스승을 찾으라 한다.

그의 인생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역사의 한 자락에서 기득권에 저항하고 철저히 개혁을 외친 자기 정체성은

일상의 삶만을 고수하고픈 범인들 모두
요즘 같은 때 한번쯤은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적어본다.


끝으로 그와 같은 징검다리에 선
현대의 인물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 한 줄로 마무리한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