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울 거라고 지난주부터 누누이 예고해 왔다. 그래, 그래서 아침에 나설 때 내의도 입고 머플러도 하고 바지도 두터운 기모로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잠깐이라 생각하고 그냥 나갔다가 우후~ 다시 들어와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몇 발짝 가지도 않았다. 그저 그 예고된 말의 공포에 심적으로 추위를 느끼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추운지 무서워 그냥...
혹시나 감기라도 걸리거나 그게 잘못되면 코로나라도 이어질까 봐 노상 이렇게 조마조마이다. 게다가 오늘 저녁은 '들꽃모임'을 해야 하는데 아마도 취소될 것 같다. 드리이브 쓰루로~ 회원을 만날까도 지금 고민 중이나 셋 뿐인 회원인데... 다들 직업도 그렇고 조심스러워서 패스에 가깝다.
아침 일정, 서류 배달을 포기하고 다시 집에 들어오니 스케줄부터 챙겨야 했다. 이제 이틀 남은 올해, 일할 수 없어 쉬어야 했던 날들! 새 캘린더에 열심히 체크하다가 보니, 어느새 배가 고파지는 것이었다. 설마, 뭘 했다고... 매일 끼니는 알아서 찾아오다니. 11시가 다 되어 간다.
온클을 틀어 놓고 뒹굴던 딸아이와 아침을 먹자고 했다.
"이게 아침인가?"
"브런치지!"
나는 토스트기에 빵을 굽는 것보다 프라이팬에 빵을 서너 개씩 얹고 굽는 것을 더 좋아한다. 빨라서? 아니 그게 더 맛있다. 대신 골고루 구워지지 않거나 가끔 새까맣게 될 때가 있으니 적당히 익을 때까지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그 정도만 조심하면 따끈한 토스트를 먹을 수 있다.
엄마가 시킨 대로 잼병에 빵을 넣어 싹싹 발라먹던 아이가 화두를 던진다.
"요즘 내가 읽는 웹소설이 시끄러워."
딸이 말하길 작가들이 책을 내면 누군가 그것을 퍼다가 다른 곳에서 게재한단다. 그러면 본 사이트 조회수는 저조하고 그 표절 사이트는 엄청 북닥거린다는 것이다.
"오, 마갓! 나쁜 시키들아니냐!"
그래서 작가들은 그 사이트에 글을 내리고 독자도 읽을 만한 글 거리를 찾기 힘들며, 신입작가들은 더욱 힘들어진단다. 그럼 글을 내리지 말고 두었다가 나중에 표절한 자들을 찾아 법적으로 대응을 하면 될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미 먼저 게시한 글을 근거로 누가 표절했는지를 밝히는 거다. 이 방법도 이미 회자되었다고 한다.
딸기잼을 듬뿍 바른 빵을 거칠게 찢어 먹으며, 그 와중에 덩어리 버터가 좋아! 하며 달콤한 브런치를 즐기던 중에 입에 들어가던 빵이 멈춰지며 갑자기 심각해졌다.
평생을 작가가 되겠다고 중학생 때부터 꿈꾸다가 초기 작품을 중2 때 박박 찢어버린 이후로 이렇다 글은 없고, 쓰다만 글만 저장 공간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울한 일이다. 갈 곳이 없어?
웹소설은 아직 관심 밖에 일이었지만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일인지 아프게 스며들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함부로 다루어지는 타인의 가치에 대한 인식 문제도 있지만 인간의 양심 문제로 전환된다. 영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작가의 양심에 남의 글을 훔치다니... 아하! 이건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지!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한 제작자일 뿐이지 않은가.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 여러 차례 회자되고 있다.- 오늘은 브런치 고뇌로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숱한 행위에 대해 고민해야 하나. 순간 저 혼자 지구를 떠받쳐 든 죽상의 시지프스가 되며 본격적으로 브런치를 켠다.
달콤한 딸기잼을 입에 넣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참 재미없어 보이지만 정말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 나는 또 지적질을 시작해 본다. 사실 오늘 나도 이런 글을 쓰려던 건 아니었지만, 내 영혼의 꼰대 기질은 살아있다. 남의 글을 몰래 내다 파는 이들의 잘못을 지적해보련다.
나는 그룹수업을 하고 있다. 최근 대면 수업을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톡 독서퀴즈를 내고 있는데 종종 뜻을 정의하라는 답변을 보면, 인터넷에서 발췌한 그대로 퍼다날르는 경우가 있다. 그 이전에도 글을 발표하라 하면 인터넷에 이미 누군가 쓴 논점을 자기 것 인양 읊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제발, 오로지 너의 생각은 없는 거니?라고 바로 묻고 싶으나, 살살 돌려 말하며 새로운 발상을 요구한다. -이 문제는 후에 심각히 다루어야겠지만 수행평가를 보는 것은 창의성이고 뭐고 필요 없고 담당 선생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어요라고 못 박는 아이들을 보며 공교육 샘들에게 분노한다. 게다가 독서 시스템 DLS에 열심히 논평을 했어도 정작 몇 편이나 올렸나 숫자만 센다는 시스템! 요거요거 아이들의 의기를 꺾는 담당 샘들과 한판 겨뤄볼 생각도 있다. 하긴 사교육 논술 샘도 다양한 사고가 아니라 정답 맞혀주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역설하니 참으로 난감한 시국이다. 물론 일부의 일이라고 믿고 싶다. -심지어 지난주 역사 퀴즈에서 조선의 삼사를 물었더니 송나라 삼사를 적어 답이 오는 것이다. 단지 아이의 열성으로 호호 웃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단지 리서치를 잘못한 것보다 이런 식의 인터넷 사용 문화는, 자기 지식이 되지 않을뿐더러 수단에 대한 경각심이 없이 남의 실력을 꿰차고 앉게 되는 문제가 된다. 그저 손가락 빠른 대응 조치만 능숙하게 된다. 깊이 있는 사고와는 멀어지며. 임기응변의 자세로 세상을 쉽게 보기엔 그리 녹녹한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하루가 달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세상은 그렇게 물들어 가고 있다.
왜 베끼기를 그만두어야 할까. 그건 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물론 참고하여 인용은 해야겠지. 인용과 표절은 전혀 다른 것. 초심자로서 자기가 아는 것만을 들이밀 수는 없으니까. 논문을 작성할 때도 카피라이터...?ㅋㅋ 카피킬러! 같은 것을 이용할 때 표절 0%가 나오기 힘들 정도로 논문은 격에 따라 오히려 기존 학자의 인용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작가의 글도논문처럼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검증을 한 후 몇 % 이내의 것만 올려야 하는가?
그럼 여기 브런치의 글들도 다 그런 과정을 겪게 될 것인가? 신춘문예도... 에고... 작품이 기계의 대상이 되는 검증 사회. 판옵티콘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 누군가의 가치를 보장해 주려면 또 복잡한 틀을 만들어 필터링하고 어떤 기준인지 모를 타자에 의해 평가되고 세상에 내놓이겠지. 아니면? 글 속에서 그저 순수한 작가의 양심과 세련된 고뇌를 발견했다고 각자가 느끼는 좋아요!로 판정되기만을 유지할 것인가?
이미 내 몫의 빵은 다 먹어 버렸다. 단상을 끝내야겠다. 춥다고 날씨 예고만 기억하며 당당하지 못했던 조금 전의 나처럼, 이런 일 때문에 함부로 글을 올리지 못한다는 순수한 창작 신입작가님들이 좀 더 용기를 내 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겪을 고통에 대해 같은 아픔을 표한다. 아마 작가님들 모두 수많은 고민과 노고 속에 한 줄 한 줄 적었을 텐데- 나 같은 마구 갈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생각의 가치에 따듯한 토스트를 한 번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고도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 속 일이고 그들의 고독과 지침에 대해 위로를 얻기 바란다. 그러면 글이라는 게 더 가치 있어지지 않을까. 또 나 스스로도 지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꿋꿋하게 좋아요 없어도 오늘을 쓴다. 쓰고 싶어 쓰기로 했으니. 이제껏 폐기되었을 수많은 글들 중 하나가 되는 잠시의 생각일지라도 내 수련을 위한 강태공의 삶이리~~ 따로 눈에 불 밝힐 일 있나. 그래서 들꽃모임을 발족했는데 이리도 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