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자리로의 초대

함께 가는 길

by 그날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올 들어서 만 해도 벌써 세 번째의 눈보라다.

한국에서의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았다 보니 이곳에서의 겨울철 풍경이 낯설고 두렵기도 하다.

마트마다 눈이 더 많이 쌓이기 전에 비상식량이라도

쌓아 놀 태세로 온 마을 이웃들이 나온 듯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은 아랑 곳 하지 않고

꽁꽁 싸매어 눈사람 눈썰매를 만들어 타느라

추운 줄 모른다.

학교 학생들은 간밤에 눈이 많이 와서 학교가

클로징(휴교)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이 든다.

어디나 뜻밖의 휴식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간절한 바램이기에.

아침마다 그 긴장되며 떨림으로 시작되었던 하루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와 아이들에게도 하나둘 익숙해져 가는 연습의 훈련 속에 일상의 소소한 기쁨으로 바뀌어간다.

매일 순간순간 마다 생각들이 밀려왔다.‘내가 이 나이에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 ’ 내가 지금 이곳에 무엇을 위해 이 훈련이 필요한 걸까?‘ ’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을 때인데…‘


아이들도 세월과 고집으로 뭉쳐진 나만큼 투덜대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삶의 무대가 바뀌어 자신의 사고와 그동안 받아왔던 문화의 가치들과의 충돌에서 참 많이 아프고 힘들어야 했다.

그동안은 내가 내 무대에서 우리가

한 번도 소수라든가 약자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그런 시간들도 어느 순간 하나둘 돌이켜보니 뾰족뾰족

모났던 사고들이 부서지는 시간들이었나 보다.

내가 좀 더 자유해졌고 다른 사람을 향한 속박이 풀어지는 순간이었고 나와 다름을 알아 우리의 품이 점점 넉넉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나와 가족과 이웃들이

깨우쳐 주고 있기에.


올 한 해 참 내 삶에 기적적인 선물을 많이 받았다.

너무나 많은 일을 하시는 친정엄마에게 “우리가 집을 장만하면 모시고 올게요 “라는 지키지 못한 약속이었지만 내가 이곳에서 렌트비에 허덕이지 않고 소중한

이웃들과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내 마음 깊은 곳의 기도제목을 나의 현실의

상태에서는 전혀 이룰 수 없는 시기에 아주 아름답고

평온하며 누구나가 와 보고 싶어 하는 공간을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똑똑한 한국친구들 틈에서 어릴 때는 곧잘

하던 큰아이는 상위 학교를 갈 때마다 낙심을 하고

내 머리는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며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는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 몸이

아파오고 날마다 ‘내가 바보’ 임을 입에 달고 살았던

연약한 아이가 이곳에서의 새로운 도전 속에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와 능력을 회복해 나아가는 모습 속에 이제는 다른 친구들까지 챙겨보고

기회를 나눠주고 싶어 하는 아이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았다.


또한 음악을 전공하는 둘째 아이 덕분에 우리의 분주함과 메마름을 시시때때로 풍성한 향연으로 불러 모아

주었다. 몸과 영혼이 지치지 않도록.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한국을 세계 속에 띄우시고

가장 좋은 시기에 보내주셨음을 날마다 현장 속에서 실감한다.

며칠 전 퇴근길에서 길을 가던 중에 어느 중년 직원분이 물어온다. “혹시, 한국인인가요?” 기쁜 마음으로 대답을 했더니 요즘 딸들과 한국의 프로그램을 자주

즐겨보는데 자신의 꿈이 꼭 한국을 가보고 싶다

한다.

너무나 인상 깊고 가보고 싶고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젊은 연구원들은 몸에 좋은 한국의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날마다 한국의 언어를 하나씩 배워가고, 보고 있는 K-드라마와 영화를 얘기한다.

나도 알지 못하는 제목들을 연이어 말하고 아내와

남편들이 시기할 정도로 계속되는 K-미디어의

사랑이다.

도서관 선생님은 자신과 친구들을 불러 모을 테니 한국요리를 보여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리가 초대받았을 때 한번 준비했던 김치와 잡채가 너무 배워보고 싶은 음식이라면서.


이제는 나의 출근길이 달라지고 있다.

‘언제까지‘가 아니라 ‘오늘은 어떤 만남과 미래와

전문성과 꿈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여기에 내 힘으로 온 것 같지만 어느 것 하나

그냥 된 것이 아니라 이유와 목적이 그리고 나를 향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간다.

그리고 이일에 좀 늦을 수도 있고 연약한자가 있을 수도 있기에 너무나 분주해하지 말고 함께 동행하며

힘을 주고 일으켜서 세워주는 넉넉한 품을 사모하며

나아가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나는 감사할 수밖에 없고 기다리고 기대하는

날마다 생기 넘치는 살아있는 삶으로 인생의 푯대를 향하여 나아간다.

함께일하는 동료들 - 팟틀럭(potluck)모임을 위한 오늘의 드레스코드는 빨간옷




P.S: 올 한 해도 분주하게 열심히 뛰어가신 소중한

모든 분들 참 수고하셨습니다. 끝까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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