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
나는 토목엔지니어이다. 11년도에 회사에 들어왔고, 군대에서 2년간 비슷한 업무를 했으니 지금 기준으로는 약 15년 정도난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한 셈이다. (글을 쓰다가 생각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오래되어 놀랐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건설공사에서 설계에 따른 향후 집행 원가율을 분석하고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발굴하여 원가상으로 반영해 놓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설계라더라도 집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많은 리스크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초 설계단계에서 많은 리스크를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리스크를 적절히 반영하여 최적의 원가율을 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건설산업에서는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공무라는 직책으로도 표현라기도하며, 공사를 수행/실행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행견적을 담당한다고도 말한다.
래리킴의 일상견적이라는 글이 나오기에는 내가 하고 있는 견적업무를 보다 일상에 적용해보고 싶어서 명명하고 정의하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생활을 연계하여 앞으로 나의 리스크와 기회요인은 무엇일지 항시 생각해보는 것이 주요할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지금은 약 60일짜리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현재 3주간 주말없이 일을 하는 중이다. 퇴근을 하는 택시비만 벌써 100백만원이 넘게 소요된 것 같다. 새벽 여섯시에 나오고 저녁 11시~12시에 퇴근하는 일이 잦다보니,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극히 줄었다. 하루에 한시간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최근에 아이가 나와 놀고 싶은지 새벽에 깨서 책을 읽다 30분 정도 후에 잠을 다시 잔다. 새벽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자다 말고 깨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제발 프로젝트가 어서 끝나고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 아이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찾아야 겠다.)
”아빠가 보고 싶어. 아빠 보러 가자“
라고 얘기하는 아이 앞에서 그러지 못하는 아내와 나의 마음은 너무나 아팠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아빠가 보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듣고 더욱 마음이 쓰려왔다. 아무리 달래도 계속우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영상통화로 책을 몇 권 읽어주는 것과, 원격 낱말카드놀이를 하는 것이 전부인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당장 택시를 타고 가고싶었고 짐을 챙겨 나오려 했지만, 와이프가 눈치를 챘는지 “내가 재워볼게” 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결언한 의지와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결론은, 너무 졸려서 그랬나보다라는 것으로 종료가되었고 나는 그날 또한 12시에 집에 도착하였고 새벽에 아이는 다시 잠에서 깨어 나와 책 몇권을 더 읽고 다시 잠에 들었다.
우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조금만 더 기달리라는 말밖에 없다라는 점에서 아빠의 속상함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한다는 것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불행했다. 아이의 마음은 어떠할 까 기달려도 보지 못하는 아빠를 마냥기다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빨리 일을 끝내고 저녁에 같이 잠이라도 자야겠다라고 다짐하지만, 끊임없는 회의와 서류작업으로 오늘도 늦을 것을 예상하며 반쯤은 포기하고, 퇴근후에 오늘 하루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빠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볼을 몇 번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대신해야겠다.
어서 프로젝트가 끝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