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산문집을 읽고
상관없는 것 아닌가. 장기하 산문 중 일부 발췌
진정한 의미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방법은 죽는 것뿐일 테다. 생명을 유지하면서 심장이나 폐를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물론 뇌를 포함한 다른 부위들도 마찬가지다.
(중략)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란 밖으로부터 오는 자극과 안으로부터 솟는 의지, 이 두 가지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략) 내가 이런 상태를 좋아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서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창작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싸구려 커피>의 중간 랩(이라고 나는 부르는) 부분을 만들 때 나는 정확히 그런 상태였다. 참 생생한 기억이다.
(중략) 곡이나 글이나 아무것도 안 할수록 잘 써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중략)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안 하기란 누구에게든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듯하다. 휴가를 나와 서울행 버스 안에서 <싸구려 커피의 중간 부분을 만든 것은 2007년의 일이다. 아이폰이 처음으로 출시된 해였다 스마트폰이 지금의 전기자동차만큼도 상용화되기 전이다.
(중략) 아무것도 안 하기는 확실히 더 어려운 일이 되었고, 이는 분명 열매의 대가들 중 하나다.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대가다.
여기서부터는 래리킴 생각,
나 또한 (간헐적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글이나 곡이 잘 써진다는 장기하 씨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기는 여간 쉽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인터넷이 안되도록 와이파이를 꺼놓고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던지, 휴대전화를 안방에 놓고 별도 서재에 와서 글을 쓴다. 집중할 수 있는 인위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해야 되겠다고 하고 나서 책상 머리맡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객관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결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수다. 나만의 결과는 없이 다른 사람의 생산품(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을 소비하다가 시간이 끝난다.
작정하고 시간을 내어 창작활동을 할 때보다 일상생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장기하 씨는 싸구려커피 가사를 쓴 것이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할 일이 없을 때(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였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엔 일을 하다가 말고 혹은 출퇴근 사이,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잠을 자는 와중에 등등 시간, 장소를 무관하게 발생한다. 빈도를 따진다면 열에 아홉은 그러한 경우가 많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라서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간단하게 메모를 하는데, 그 당시에는 핵심키워드로 요약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해석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아직도 쓰지 못하거나 잘 빚어내지 못한 글의 원천들이 한가득이다. (들여다보면 언젠가 다시 기억이 나겠지)
오늘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들어본 사람 대비 산문집을 직접적으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는 않겠지만(개인적인 추정),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과 동일한 업을 하는 사람(개인적인 간주)으로 생각하여 단순히 반가운 마음에 두서없이 기록을 남겨본다.
장기하 씨와 내적 공감을 하였단 사실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겠지만, 나중에 나의 일상과 어느 퍼즐조각으로 들어 맞추어질지는 모르기에, 이 부분은 미래의 래리킴에게 맡겨보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