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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킴의 일상견적 #031

나는 행복한가 2015 vs 2025

by LARRY

네이버 마이박스(mybox)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10년 전 클라우드에 사진을 날짜에 맞추어 리마인드(remind) 해 준다는 것이다. 적게는 5~6장, 많게는 수십 장 되는 사진들을 다시 보여준다.


10년 전 사진을 다시 보다 보면 두 가지 반응이 생긴다. 필요 없으니 “삭제”를 해야 하겠다는 것과, ”저장/유지“를 하는 것이다. 개발자의 의도가 순수하게 10년 전 자료를 보시고 추억을 느껴보라는 F적 관점인지, 서버의 정리가 필요하니 알아서 지우라는 T적 사고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어쨌든 두 가지 생각을 다 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개발자의 의도는 어느 정도 먹힌 것 같긴 하다.


오늘은 개발자의 숨은 속뜻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받은 사진 속에서 10년 전 내가 읽었던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이를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나는 행복한가?


15년도에 나는 강원도 인제의 도로공사 현장에 근무하고 있었을 시기다. 25년 현재 기준으로는 매우 활성화가 되어있는, 서울과 양양을 이어주는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에서 공무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이로는 만 서른이 되지 않은 입사 4년 차 공무기사. 무엇이든 서툴던 그 시기였을 것이다.


그 당시 읽었던 책이 이제는 마흔이 가까워진 나이에도 또다시 눈길을 잡은 이유는 여전히 나는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없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내가 50대, 60대가 넘어서도 저 질문이 답을 잘할 수 있는 인생을 살을 수 있을까라는 자신도 없다.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이중 부정형인 불행하지 않게는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은 든다.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평타는 치기 때문이다. 다만, 행복한 것과 불행하지 않은 것은 문법적으로는 유사한 의미가 되지만 단어의 절대값(absolute value)이 같지는 않다.


언제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멋쟁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네이버 마이박스의 저 사진을 지우지 않고, 2035년 이 시점에 사진과,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어떠한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40대 후반이 되는 래리킴에게 미리 묻고 싶다. 당신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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