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일하는 급변하는 기술의 발전
저는 건설회사에서 견적팀에 재직 중에 있는 15년 차 직장인입니다. 건설과 관련된 내역서 작업은 대부분 엑셀로 만들어 냅니다. 발주처나 수요기관이 요구하는 방식은 모두 엑셀파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업무 생태계상 엑셀로 모든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왼손을 수술하게 되면서 키보드로 작업하는 효율이 떨어져 기존의 방식대로는 업무량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말로 일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말로 일하는 세상입니다.
부장님이 말로 얘기하면 부하직원이 알딱깔센으로 서류를 만들어 오고, 빨간펜으로 쓱쓱 수정할 사항을 적어주면 다시 만들어 오는 것을 반복하는 라떼 얘기가 아닙니다. 기존에 말로 하는 대상이 부하직원, 동료로 ‘사람’에게 국한이 되었다고 하면, 이제는 ‘사람과 기계’에게 지시하고 이를 확인하는 방법까지 업무방식의 확장이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음성인식에 대한 기술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Clova)를 대표로 기억합니다. 17년도 즈음이니 현재 기준으로 8년 전의 기술이었겠네요. 저는 아직도 그 수준에 대한 음성인식의 기술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가 가지고 있었던 기대 수준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하였고, 이제는 개똥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이해해 주는 훌륭한 비서가 생긴 셈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나름대로) 새로운 기술을 현업에 적용하고 지금보다 나은 방법으로의 생산성 증대를 꾀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등한시했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간중간 써먹어 보았지만 업무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해서 쓰기를 꺼려했던 것도 한 몫했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이제는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AI플랫폼이 많아졌고, 과거보다 자연스럽게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기계에게도 업무 지시를 할 수가 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되돌아오는 반응도 꾀나 현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 같습니다. 간단한 질문 같은 것은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에 비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문서화된 상태로 피드백을 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름대로 정리하여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을 검색창에 검색을 하면 바로 문서까지 만들어 주니 생산성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3년 5년 그리고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너무나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손으로 일하지 않고 문서를 고도로 잘 만드는 AI가 있으니 기획능력과 사고력, 토론 및 토의능력,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등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제가 하는 업무인 고도로 숙련된 엑셀노동자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질 수도 있으니, 긴장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