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대학교 1학년 1학기 교양수업에서 여행을 주제로 과제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조별로 떠나고 싶은 도시를 정하고 진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계획을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우리 조는 서로가 원하는 여행지를 공유했고 최종 선택지는 한 팀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가 됐다. 그 팀원이 파리를 고집할 때 내가 했던 생각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차피 가지도 못할 파리보다 근처 동남아로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파리로 하면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과제를 준비하면서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이 넘어 처음으로 서울에 살게 된 만큼 내가 뻗칠 수 있는 세상의 범위는 그만큼 좁았다.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으니 해외여행 자체가 나에겐 멀고 먼 신기루였다. 비행기로 10시간이 넘는 파리까지 여행하는 것은 내 인생에 있을 수 없을 만큼 머나먼 이상이었다.
가상으로 기획하는 여행에서조차 멀어 보였던 파리를 나는 벌써 3번이나 다녀왔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동남아 세계 곳곳을 열심히 여행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꼭 쓰고 싶었던 것도 여행 관련 에세이다.
무수히 쏟아지는 여행 에세이와 여행기록들에 내가 하다 더 보탠다고 뭐가 더 특별할까 싶지만 같은 파리를 갔더라도 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그 안에서 느끼는 것이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마음껏 여행하기 어려워진 시기에 나의 여행들을 뒤돌아보며 글로서 추억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