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생각보다 입은 빨리 트인다.

by 이지현

영어공부를 진지하게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생각보다 입은 빨리 트인다. 글자 그대로 생~~ 각보다는 빠르다는 것이다. 영어로 말 한마디 못했던 나는 살면서 영어를 내 입으로 뱉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하는 건지 나 같은 사람도 영어를 할 수 있는 건지 까마득했다. 도저히 내 인생에는 오지 않을 것처럼 손에 닿지 않는 목표였는데 꽤 빠른 시간 안에 입이 트였다. 이건 내가 언어에 소질이 있거나 특출 나서가 아니다. 기초적인 패턴 몇 가지만 외우고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누구나 가능하다.


Can I ~?

I want to ~.

I try to~.


대략 이 정도 수준의 패턴 몇 가지를 연습하고 약간의 자신감을 붙여주니 아주 기초적인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했다. 오히려 문제는 딱 그 정도에서 그치는 데 있었다. 한때는 고작 그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며 때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나에게 만족했고 영어 잘한다는 사람들의 칭찬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일상회화는 해외여행에서 불편함을 조금 덜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편리함에 그친다. 물론 그쯤에서 만족하고 영어를 끝냈다면 실력이 늘지 않아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도 결국은 제각각이라서 일상회화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온지도 모르겠는 '영어 정복'의 꿈은 나를 암흑으로 밀어 넣었다. 입도 빨리 트였는데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쯤이야 쉽겠지 생각했던 것은 굉장한 착각이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혼란에 빠진다. 여전히 모르는 단어가 많고 외워도 외워도 까먹는 현실에 영어 정복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몸소 익히고 있다.


한때는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실연당한 것처럼 슬프고 우울해지기도 했다. 계속 계속 뉴페이스가 등장하니까 이건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목표가 조금 바뀌었다. 영어 정복은 가상 세계에나 있는 것이니 앞으로는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 자체를 놀이로 생각하고 즐길 것이다.


얼마 전에 '외국어학습담'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매우 공감이 간 문장이 있어 나의 영어공부 지론으로 새길까 한다.


외국어 학습을 공부로 접근하기보다 때로는 취미처럼 또 때로는 놀이처럼
즐길 것을 제안한다. 취미와 놀이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재미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다른 점은 뭘까.
놀이는 그냥 하면 되지만 취미는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영어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나로서는 취미와 놀이처럼 더 즐기려는 노력만 있으면 되겠다. 또 다행히도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이 아직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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