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기이한 곳이다

by 밥무사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희한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물론 다 사소했고 인생을 바꿀만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작은 기획 회사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란 대체로 모호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답이 없는 글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했죠.

'사람들은 보여 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클라이언트도 모르는 클라이언트 내면의 니즈를 알아내야 한다는 뜻인데,

이게 참 어려운 게 고객의 취향을 타기 때문이죠.

물론 애플처럼 누가 봐도 대단한 것을 만든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럴 수 있다면 제가 이러고 있진 않을 겁니다.


어쨌거나... 당시 어떤 기관의 사례집을 만들고 있었는데,

제안한 카피마다 족족 까여서 의기소침해졌습니다.

도저히 또 다른 카피를 입 밖에 낼 용기가 나지 않았죠.

분위기상 제가 어떤 제안을 해도 클라이언트가 일단

거절할 것 같았거든요.


그때 저는 담당자와 통화 중이었는데

갑자기 떠오른 카피를 속으로만 간절하게 되뇌었습니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면서요.


그때 제가 떠올렸던 카피를 대충

<자신을 믿고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이렇게 묻는 겁니다.

"혹시 저한테 <자신을 믿고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

라는 카피 주셨었나요?"


깜짝 놀랐습니다.

기존에 내놨던 카피와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데

정확히 제가 생각하던 문장을 담당자가 말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니라고요? 그럼 이걸로 하죠."

그렇게 사례집은 무사히 컨펌됐습니다.



생각이 문장처럼 그대로 전해지는 경험을

그 이후로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대방 생각을 읽을 수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반대로 되었다면 기획자로 그럭저럭 성공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신기했던 경험을 생각나는 대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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