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얘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문화 같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개싸움은 이 멘트로 판가름 내는 게 국룰이었습니다.
"민증 까!"
젊으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어서 구구절절 설명하겠습니다.
민증 까서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면 이긴 거임. 이런 뜻입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한국 전통입니다.
서양인에게 한국은 이걸로 승부를 본다고 했더니 믿지 못하더군요.
나이로 먹어 주는 게 비단 한국만은 아닙니다.
중국 무협지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런 대사가 자주 나옵니다.
"아버지,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 자식처럼 바짝 조아리겠다는 뜻입니다.
무공이 높을수록 호칭도 늙어갑니다.
아버지보다 높은 게 할아버지, 더 높은 건 조상님입니다.
새파랗게 어린놈도 세면 할아버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얼른 나이를 먹고 싶었습니다.
쥐뿔도 없지만 나이로는 꿀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직을 자주 하다 보니 어디서나 막내가 되었습니다.
막내 생활이 참 길었습니다.
프리랜서 중에서도 항상 막내였습니다.
"제 나이에..." 이런 말을 했다가
호되게 혼난 적이 몇 번인지 모릅니다.
오늘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대기업 대리보다 부장이 더 많아...'
대기업만 그런 게 아닙니다. 미팅을 가면 아직도 제가 막내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기 싫어하고
저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은 현역에서 짱짱하게 버티고 있으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계속 막내입니다.
체력은 부장님이지만
오늘도 신입처럼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