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가 없는 소설가

by 밥무사



브런치에 소설을 올려 보려고 합니다.

자기소개에 글로 쓰는 웬만한 일은 다 하고 있다고 쓴 바 있습니다.

그 다양한 일에는 소설 쓰기도 포함되어 있어서,

2년 전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유명하지 않아서 들어본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시간이 나서 다른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땐 반드시 기획안을 써야 하더군요.

첫 책은 공모전 수상작이라 안 썼습니다.

기획안 양식을 받아 보니 항목이 너무 많고 복잡하여 머리가 아팠습니다.

이야기를 쓸 때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획의도 같은 것,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쓰고 싶은 이야기를 씁니다.

무엇보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씁니다.

책을 꽤 많이 읽는 편인데, 무조건 재밌는 책만 읽습니다.

아무리 유명하거나 상을 받은 책이라도 재미없으면 덮습니다.



최소한 저에게 독서는 교양 있는 취미가 아닙니다.

쇼츠를 보듯이, 활자를 빠른 속도로 읽어 치우고 덮으면 대부분 금방 잊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하드보일드 장르를 좋아합니다.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작가가 쓴 <늑대의 왕> 정말 재미있는데

아쉽게도 3부작 중 나머지 두 권은 국내 출판 계획이 없다고 하더군요.

세종서적에 직접 문의해 보았습니다.

기리노 나쓰오 작가를 굉장히 좋아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서 봅니다.

그래도 가장 최고로 꼽는 건 예전 작품인 <그로테스크>입니다.


현대 고전 작가 중에선 존 스타인벡과 조지 오웰을 좋아합니다.

<분노의 포도>로 유명하지만 <에덴의 동쪽>을 훨씬 사랑합니다.

조지 오웰은 소설도 훌륭하지만 에세이도 대단합니다.

특히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읽을 때마다 저항 없이 터집니다.


터키의 대문호, 아지즈 네신도 굉장합니다.

전부 재미있지만 유배 생활 회고록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를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힘이란 대단하구나, 느끼게 됩니다.


갑자기 책 취향을 구구절절 설명하게 되었는데...

아무튼 재미있는 책만 읽고 이야기는 재미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기획의도를 물어보면 멍해집니다.

쓸 때 내가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도 재밌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획안을 두고 한참 고민하다 보니 소설을 굳이 책으로 내야 하나, 싶어졌습니다.

결코 기획안 쓰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기획안, 생업에서 쓰는 걸로 차고 넘칩니다.

작가를 본업으로 생각하면 몸과 마음 모두 괴로워집니다.

취미라면 출판해서 5명 읽는 것보다 브런치에서 20명 읽는 게 더 기쁜 일입니다.

브런치라고 20명이나 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기획안은 안 써도 되겠지요.


혹시라도 제 책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 봐 수줍게 밝혀봅니다.

<도둑맞은 거짓말>로 밀리에서 개정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종이책으로 출판할 땐 오타와 비문이 너무 많았습니다.

밀리의 서재는 제가 넣자고 제안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자책이 PDF 파일로 들어가 가독성이 좋지 않더군요.

오탈자 많은 종이책을 고치려 전자책을 만들었더니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또 몸으로 또 배웁니다.

겪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게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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