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지 않는 낭비자

by 밥무사


지금 당장 통장에 얼마 있는지 모를 정도로 무계획자에,

사고 싶은 건 살 수 있는 한 모조리 살 정도로 사치가 심하지만

의외로 택시는 거의 타지 않습니다.


성질이 급해서 그렇습니다.

택시를 타면 빠르게 갈 것 같지만, 진짜 급할 때 타면 얼마나 많이 막히는지 알게 됩니다.

상습적으로 지각해서 잘 압니다.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택시를 탈 때는 술 먹고 차가 끊겼을 때, 야근하고 차가 끊겼을 때인데

두 상황 다 택시를 타면 속이 매우 안 좋습니다.

술은 그렇다 치고, 야근은 왜 그렇냐고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택시 타면 울렁거린다는 것만 압니다.


같은 이유로 버스도 잘 안 탑니다.

버스 정류장이 너무 헷갈려서 자꾸 길을 잃게 됩니다.

막히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남은 건 지하철뿐인데, 지하철을 정말 사랑합니다.

집값 미친 서울의 유일한 혜택이 지하철이라고 생각할 정돕니다.

지하철처럼 정확하고 빠르고 어디나 가는 교통수단이 없습니다.



이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정말 늦었을 때는 지하철 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게 가장 빨리 가는 방법입니다.


술을 마셨을 땐 택시가 편하지 않냐고요?

술에 취하면 빨리 집에 가야 하기 때문에

그럴수록 지하철을 타는 게 낫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도보로 지하철 1분 거리입니다.

이 정도면 역사에 사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놀랍게도 지하철역 1분 위치에도 집이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지하철 달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원룸에 살았는데

눈 뜨고 3분 후엔 지하철에 타고 있을 정도로 급하게 살았습니다.

물론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준비하고 나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부지런했다면 애초에 프리랜서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성질이 정말 급해서, 지방 갈 때도 기차를 잘 안 탑니다.

공항이 있는 도시라면 비행기 타고 갑니다.

그렇게 알뜰살뜰 시간을 모아서 누워 있는 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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