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다 관계의 텃밭을 일궈요

커뮤니티 ‘듣는친구들’ : 연구활동가 관계의 텃밭을 분양합니다

by 듣는연구소

안녕하세요? 듣는연구소 우성희 연구원입니다.


저는 몇 주전 집 근처 텃밭을 분양받았습니다. 집에서 차로 15분만 가면, 거짓말처럼 갑자기 펼쳐진 농촌마을입니다. 개울도 있고, 거위도 있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연구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활동에 기웃기웃하는 엄마 연구자인데요. 최근 몇 년은 타이머를 켜놓고 역할 전환을 하며 늘 숨차게 사는 느낌이었어요. 그 와중에 텃밭이라니. 미쳤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제가 텃밭을 하는 건 정 반대로 숨찬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였어요.

IMG_1816.JPG 올해 제가 하게 될 텃밭

탁 트인 하늘과 흙 만지는 순간엔, 이상하게도 빠른 속도감에서 잠시 빠져나와 오롯히 흙과 작물, 햇볕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같은 시간 집(도시)에 있으면 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생각나고, 그러고도 해치우지 못한 것 투성이인 채 밤이 되면 기진맥진 잠들곤 하거든요. 속도감을 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요. 도시의 요가원에 갈 때보다(물론 도움이 되지만), 저에겐 텃밭에서 흙 만질 때가 자연스럽게 편안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나다움의 시공간이더라고요. 여러분에게는 멈춤의 시공간이 무엇인가요? 궁금하네요.


속도감에 휩쓸리지 않기

요즘 주변에서, 버스 정거장에 서 있을 때에도, “나만 주식 안 했어.” “이제 서울에는 내가 살 집을 영영 못 구하는 건가.”, “AI를 잘 활용하려면 이렇게 해야 해.” 라는, 조바심 가득한 말을 종종 듣곤 해요.

현대인이 원래 바쁜 삶을 산다고 하지만, 요즘은 내가 올라탄 사회의 변화가 유독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사회 변화에 ‘따라간다’는 감각을 유지하기에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저만의 일 일까요?


서울이란 대도시는 더욱 그런 속도감을 만드는 것 같아요(최근 강화도 잠시섬 멤버들과 함께 도쿄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공간적으로 이 빽빽한 밀도에서 내 발 디딜 곳이 없어진다는 불안감. 너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숫자로 치환되는 인원의 하나로서 내 가치를 쌓아올리거나 증식하지 않으면, 정체되는 것 같다는 불안감. ‘다들 뛰어간다’는 가상의 이미지와 싸우다보면, 속도감에 휩쓸려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인 것 같아요. 탐구하고, 성찰하고, 시도해 볼 시간이 있어야 자기다움이라는 것을 느긋히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 속도 조절, 어떻게 하지요?


IMG_1969.png 지난 주말, 시부야의 횡단보도


속도감을 제어하는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저는 텃밭을 선택했고요(개인 요법). 그 외에, 제가 종종 사용하는 사회적 기법(?) 이 있습니다. 그건 ‘관계의 그물’을 치는 방법인데요.


일단 나다움을 긍정하고.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나같은 생각, 욕구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나 같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습니다.


독립 연구자로서 나. 도시에서 살지만 농촌과 지역에 애정을 가진 관계인구로서 나. 농사에 관심 갖고 좋은 농법을 지키는 농부님들을 응원하고 싶은 나. 페미니즘을 버리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고 싶은 나.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느슨한 모임을 하기도,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그 중 하나가 연구자 협동조합 듣는연구소네요. :)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비로소 옆에 있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손을 마주잡은 그물이 쳐지면, 수직의 경주가 이뤄지는 블랙홀을 가로지르는 투명 그물이 생겨 속도를 조절해주는 것 같다. - 라는 이미지랄까요. (AI가 그려준 이미지를 넣어보려 했으나 너무 별로라고 동료들이 말렸다... � )



우리가 준비한, 연구활동가 관계의 그물: 듣는친구들

그래서 듣는연구소는 올해, 여러분과 이 속도감을 제어할 관계의 그물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듣는친구들’ 커뮤니티 입니다.

듣는친구들은
잘 듣고, 성찰하고, 생각을 움직임으로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연구 활동가 커뮤니티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일회성 네트워킹도 아닙니다.
서로의 활동을 듣고, 성찰하고, 지지하며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는 동료들이 가꾸는 장입니다.


커뮤니티 준비는 1년이 걸렸어요. 커뮤니티를 하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매우 길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 반년동안 함께 했던 예비조합원 김고은 작가님의 관찰과 피드백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특별한 무언가(서비스)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듣는연구소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문화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요.


image.png 김고은 님의 예비조합원의 관찰기 9화 중


서로의 작업 뿐 아니라 작업 환경, 몸과 마음 상태까지 진심으로 살피고 격려하는 데서 나오는 ‘해 볼 수 있겠다’는 에너지.

서로의 고민과 활동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알기에, 성과 뿐 아니라 과정도 같이 살펴주는 든든함.

설령 돈과 성과가 마음만큼 나오지 않는다 할 때에도 듣는연구소가 좋고 더 오랫동안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원천은 이것이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예비조합원과 함께 했더니

더욱 풍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활동, 문화가 생기는 것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듣는친구들’은 텃밭을 분양하는 마음으로 동료를 찾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질 좋은 관계의 토양 위에서, 외롭지 않게 자기 연구/활동을 가꾸는

공동의 정원같은 커뮤니티를요.


길게 적었지만, 결론은!

이 커뮤니티에 함께 하실 분은 주저 말고 여기를 눌러주세요. (~4/6까지)

듣는친구들 소개 및 참가신청하기 링크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소개하고 싶은 그 사람이 떠오른다면! 꼭, 연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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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과한 이 속도감의 세계에서, 자기다움을 가꾸어가는 봄을 여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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