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로컬 커뮤니티는 국제 교류를 할까

연구자의 강화유니버스와 시부야대학 교류 참여관찰기 (1)

by 듣는연구소

이 글은 강화도의 청년들이 운영하는 <강화유니버스>커뮤니티를 오랫동안 지켜 본 연구자가

로컬 커뮤니티의 국제교류에 대해 탐구하는 마음으로 쓴 참여관찰 노트입니다.

로컬 커뮤니티 간의 국제적 연결이라는 최신의 현장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긴 스크롤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으실 거예요.


강화유니버스 : 강화도의 '협동조합 청풍'이 살고싶은 로컬, 만들고 싶은 로컬 지향을 담은 11가지 가치관을 공유하는 지역 내외부의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2021 강화유니버스 연구 읽기)

뉴로컬 키워드.png 강화유니버스의 지향 11가지 키워드



2025. 1월


'지구적 장소감'

유마담(강화도의 협동조합 청풍 멤버)이 요즘 청풍 멤버들이 공감하며 읽고 있다며 도린 매시*의 <지구적 장소감>을 공유해주었다. 마침 그 때 나도 읽고 있던 자료라서 놀랐다. 글을 읽고 강화유니버스(청풍이 강화를 기반으로 펼치는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가 더 선명해지기보다는, 와. 이들은 무얼 하려는 거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인상 ‘로컬 청년 활동 그룹’ 정도가 이들의 정체성과 비전이 아니라는 (어렴풋이 갖고 있던) 생각이 확실해졌다.

*도린 매시(Doreen Massey) :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공간을 ‘텅 비어있는, 고정된, 물리적 장소’로 보는 전통적 공간 개념과 달리 ‘누가’ 경험하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른 장소가 되며, 장소는 사회적 관계들로 구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내가 강화유니버스에 대해 얘기하면, 가 보지 않은 사람들은 설명을 해도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그려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분은, 강화유니버스를 만나러 강화도에 갔으나 (아마도 강화유니버스 라운지에 가셨으리라)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네.’ 라며 돌아왔다고 한다. 혹자는 “관광 프로그램인가요?”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인가요?” 묻는데, 맞으면서도 일부분만 표현한 것이라서 적합한 설명을 하기 어렵다.


나는 2021년 협동조합 청풍이 ‘강화유니버스’를 출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뭐라고 적어야 마땅할지 적합한 언어를 찾다가 ‘사회적 공간’이라고 썼다. 청풍을 중심으로 강화에 모인 청년들이 외지 청년들을 초대하기 앞서 자신들이 살고싶은 지역의 지향을 ‘뉴로컬 키워드’로 언어화했고, 그에 공감하는 강화도 내부와 외부 사람들이 느슨하게 지향과 소속감을 형성하며 그 안에서 여러 활동이 일어난다. 그러니 지리적 강화도 안에만 국한한 커뮤니티가 아니지만, 강화라는 구체적인 장소성과 그 사람들을 보면서 펼쳐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완전히 탈 지역적 커뮤니티는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소는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는 과정이고, 물리적 경계가 없다”는 매시의 표현에 의하면, 강화유니버스는 완전히 그러한 ‘장소’다.


왜 국제교류?

매시의 글을 공유한 그 무렵 청풍은 청풍은 싱가포르, 타이완 등지에 있는 로컬 커뮤니티와 교류를 시작했다. 작년에는 관계인구로 농촌 과소를 극복한 사례로 유명한 일본 카미야마, 히가시카와 등지를 강화유니버스 멤버들을 모아 탐방하는가 하면, 시부야대학을 초대하기도 했다. 히가시카와 탐방과 시부야 대학과의 교류 자리에는 나도 있었다.

그런데 청풍이 해외 교류에 쏟는 에너지가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청풍이 로컬 씬에서 잘 하는 곳으로 평가받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재정적으로나 활동 여력에서 아주 여유있는 상태도 아니고, 해외 교류를 통해 딱히 뚜렷한 이득을 취할 것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의미없이 소모하는 일에서 빠르게 에너지를 회수하여 자신과 로컬에 의미있는 방향을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가는 청풍에게, 이 해외 교류 욕구는 도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어디를 향하는 걸까? 라는 궁금함이 일었다.


강화유니버스는 해외 커뮤니티를 탐방하는 걸 넘어 본격 ‘상호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25년 9월에 <시부야대학>을 강화도에 초청해서 강화유니버스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잠시섬>을 했고, 2026년 3월에는 도쿄에 가서 <시부야대학>과 콜라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두 자리에 나도 함께 했다.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image.png 2026년 3월 도쿄로 가는 강화유니버스의 <잠시섬> 탐사대원 모집 글 (강화유니버스 인스타그램)


나는 솔직히 이 교류를 통해 ‘지구적 장소감’을 이해하는 단초를 얻을 거라는 기대를 크게 갖진 않았다. 왜냐면 2박3일은 짧고,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 끼리 서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기에 교류의 폭이나 깊이가 한정적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부야대학과 강화유니버스 공통점과 차이

시부야대학은 (캠퍼스가 있는 대학교가 아니라) 지역을 배움터로 삼는 비영리 교육 단체다. 한때 한국에서도 활발했던 ‘OO은 대학’이 이곳을 벤치마킹하기도 하였다. (참고: 마을이 캠퍼스 시부야대학 스토리)


시부야대_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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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대학 특징 6가지 키워드


시부야대학을 설립했던 사교상과 청풍 설립 멤버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도 교류해 왔지만, 두 단체가 본격적으로 교류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24년 청풍도, 시부야대학도 리더십의 세대 교체가 있었다. 두 조직은 여성 청년 리더를 중심으로 안전하게 배우는 곳, 자기다운 곳, 일상을 변화시키는 장소로서 명확한 비전을 구상하고 구현해가고 있다는 데 서로 지향하는 바가 통하는 걸 느꼈다고 한다.


강화유니버스는 강화도에 있고, 시부야대학은 대도시 도쿄에 있다. 바다와 산이 있는 강화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멈춰 설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환경이 있지만 시부야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곳에 있어 그곳에서 느리게 배움과 성찰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 렌즈를 줌 아웃 해보면, 강화도는 서울에서 한시간 반 거리다. 시부야와 마찬가지로, 대도시 서울의 속도감과 밀도에 치인 사람들을 위한 멈춤과 성찰의 장소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시부야 대학도 물리적 캠퍼스 없이, 시부야 곳곳에서 내어진 거점 장소 네트워크를 생성하며 활동을 펼친다. 잠시섬도 강화읍의 숙소가 베이스캠프가 되지만, 강화도의 네트워크 단체와 장소들을 거점삼아 활동이 펼쳐진다. 그 거점 네트워크 영역이 바다를 건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 강화유니버스의 국제 교류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2025. 11월

시부야대학과 교류에서 찾은 단서들


2025년 11월에 시부야대학 참여자들이 잠시섬(강화유니버스에서 운영하는 체류 프로그램)에 왔을 때 나는 일상적으로 운영되는 내국인 중심의 잠시섬과 국제교류 잠시섬이 어떻게 다른지에 집중하며 참여 관찰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세가지였다.


첫째, 대안학교 산마을고 탐방 후 시부야대학 측 참여자가 규칙이 엄격한 학교에 다녔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만일 이런 학교에 다녔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하여 한, 일 참여자들과 깊은 공감을 샀다. 참여자들이 비슷한 교육, 사회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는구나를 느꼈다.


두번째는 <책방 시점>에서의 대화다. 책방 주인 ‘돌김’님이 그 때 트럼프의 독주에 많이 화가 나 있었다. 그가 세계 평화에 대한 인류애가 희박해져 있을 무렵 방문한 시부야대학 참여자들은 이 곳에서 돌김님과 일본 문학과 한국 문학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돌김님의 “한국인들은 화가 많고 그게 문학에 투영되어 있다”는 얘기에(당시 한국에선 계엄 선포를 한 전 대통령에 대한 거국적 시위로 탄핵된 후였다), 시부야대학 참여자 중에서 “일본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데, 바꾸고 싶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 대화를 통해 ‘타자’로서 일본인과 일본 사회는 이렇다라는 인식보다, ‘우리’ 공통이 처한 문제와, 속한 국가가 다르더라도 시민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행동 감각과 여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돌김 님도 대화 끝에 인류애가 회복되셨다고 함.)


세번째, 같은 자리에서 그날 통역을 해 주시던 강화도 주민 유키 님이 회고 시간에, 통역을 하다가 본인 차례가 되니 눈물을 흘렸다. 산마을고를 졸업하여 현재 협동조합 청풍의 이사장이 된 '파도'가 성인이 되어 이렇게 강화도에서 일본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다니, 산마을고 학부모로서 (파도의 학창시절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난 시간이 떠올라 감격스럽다고. 그리고 그 자리에는 산마을고 후배들도 동석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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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1월 강화에서 열린 시부야대학과 교류 (사진: 시부야대학 https://note.com/shibuya_univ/n/n76f7aa03d9e7)


이날 시부야 대학과 잠시섬의 책방 시점에서 대화는 기존의 잠시섬 회고에서 다루던 내용이나 깊이와 사뭇 달랐다. 다른 사회에서 온 (그러나 잠시섬과 강화에 대한 리스펙과 이해가 있으며 그와 비슷한 활동을 도쿄에서 하고 있는) 참여자에게 돌김님이 준비한 이야기의 주제가 내국인 방문자와 달랐을 것 같다. 교류의 대상이 다양해지면 지역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준비하는 사람도 자기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준비하는 이야기가 다양해질 것 같다. '탐방'아닌 '교류'에서 일어나는 대화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나 소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고를 통해 모든 참여자가 자기 느낌이나 생각을 말 하며 앎을 재/구성하는 상호적인 대화이기 때문이다.


강화도에 앉아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강화 주민이라면) 매우 반갑고, 이곳에 살아도 괜찮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다. 이동성이 증폭된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누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누군 움직일 수 없는가, 혹은 움직임을 강요받는지 그 간극을 보아야 한다'고 했던 매시의 지적('권력의 기하학')처럼, 강화유니버스의 이웃들인 지역 주민들(두부집 사장님, 고등학생, 손님을 받느라 움직일 수 없는 잠시섬 스탭들)이 "강화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영향, 자극을 받는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역에 외부인을 유입하는 방식이(최근의 '생활인구' 유입 전략이 떠오름), 단지 수동적인 관광지가 되어 서비스를 공급하는 매대가 되도록 하느냐. 또는 외지에서 관계맺을 사람들과 이야기, 새로운 문화를 지역에 가져오게끔 하는 상호적 연결이냐는 겉보기에는 같아 보일지 몰라도, 방문객과 호스트 양 측에 남기는 것은 질적으로 전혀 다를 것이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labfinding/64


- 글쓴이: 우성희 (듣는연구소 연구원), 타이틀 사진: 이종범(인천스펙타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