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아이를 낳았나 보다

by 육아선배 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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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내 일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나였다.
주변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고, 회사 평가도 꽤나 좋았다.

그래서 스스로 이렇게만 쭉쭉하면 나도 부서장 되고 임원도 해보겠는데?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서도 그래, 너 정도의 열정과 일머리라면 너는 차기 임원감이라고도 듣는 나였다.


그랬던 나인데 지금 육아 휴직으로 회사를 1년이나 쉬어가고 있으니 복직을 하고 나면 일을 어떻게 다시 시작하지? 일을 다 잊어버린 상태면 어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 상태인데 복직을 앞두고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하루 걸러 하루 아프니 위기다 싶어 신랑에게 육아 휴직을 쓰는 게 어떤지 물어보았다.


단번에 돌아온 대답은 거절.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본인이 혼자 키우기에 겁이 난단다.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아이한테 더 정서적인 안정을 주지 않을까?라는 똥 같은 대답을 들었다.

그놈의 정서적인 안정은 왜 엄마가 더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걸까?
아빠는?


신랑과 대화를 하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네가 나만큼 애와 시간을 보내면 당연히 너도 잘 키우겠지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애를 잘 봤겠니?
회사에 제도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내 주변 남자동기들은 육아 휴직 잘만 내더라


지금 생각하면 친절하게 다독여도 보고 살살 달래며 꼬셔도 모 잘랐을텐데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신랑의 휴직을 강요하려고 하다가 사업부 내 남자가 육아 휴직을 낸 사례가 없어 부담스럽다며 결국은 돌고 돌아 못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선, 나 혼자 서러운 마음에 꺼이꺼이 참 많이도 울었다.

복직을 앞둔 해에 내 진급이 걸려있기도 했고, 주변 동기들이 일로 인정받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나 혼자 뒤처지는 마음에 더 속이 상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나라는 인간이 사라질까 봐도 무서웠다.

나는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로 충분히 잘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인데,

아이를 키우면서 내 이름이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었다.


나 혼자 아이를 낳았나?

너와 내가 만나 아이가 생겼는데, 왜 나의 시간만 이렇게 희생을 해야 되나?

왜 이런 신랑을 골라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나

과거의 내 선택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모든 상황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좌절감이 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10년의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나도 참 요령이 없었다.

어떠한 일이든 환경 변화 싫어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신랑인데 본인이 속한 사업부에서 처음 남자 육아 휴직을 내고자 시도조차 안 할 인간 인 게 분명한데 내가 부성애에 너무 기대 안일하게 시도했었다.

휴직을 하면 아이 어린이집 가 있는 동안, 본인에게 개인 시간도 생기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지 본인도 모르게 육아 휴직이 얼마나 좋은지 서서히 저며들듯이 만들어 마음먹게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나의 노련함이 그 당시 많이 부족했구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결국 타의 반 자의 반 육아 휴직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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