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종지그릇

by 육아선배 쓰부장
The Ugly Truth of an Overwhelmed Mom and Resentful….jpeg 출처. pinterest

복직이 좌절된 후, 어쩌겠냐며 아이와의 시간을 즐기자 마음먹었다.

회사 복직을 하면 아이가 그렇게 눈에 밟힌다더라
CCTV에서 눈을 못 뗀다더라
아기가 엄마가 일하고 오면 껌딱지가 되어 떨어지지를 않는다더라


맘카페에 올라오는 워킹맘들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틈틈이 읽어보며 현재 내 상황을 안도했다.

그래 이 조그마한 아이가 뭘 알겠냐며 신랑도 어루만져주지 못한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고 안심시켰다


다만 이런 마음가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는 엄마라는 이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과거에 나는 언젠가 임원이 되고 말겠다며 몸과 마음을 갈아 넣었던 워커 홀릭이었다.

잠시 육아로 맡은 일이 스위치 되었을 뿐

나는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면 분해했고 선배고 후배고 가릴 것 없이 내가 맡은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고 불도저처럼 밀고 나아갔다.

그랬던 나였다.


복직을 연장한 지 며칠 안지나 꽃피는 봄이 되자마자

입사 동기들이 함께하는 단체 톡방에서 진급을 축하하는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분명 입사할 때는 함께 출발선상에 섰던 이들인데, 그들은 나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나도 제때 복직을 했더라면 나란히 진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점점 내가 무쓸모 해지고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 생각보다 더 큰 욕망 덩어리였나 보다.


당연히 휴직 중이니 그 해 진급은 글렀다며 머리로 이해했지만, 내 깊은 속마음은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이 속 끓는 마음을 뒤로하고 성인군자처럼 진급을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동기들의 진급 축하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슬쩍 내가 속해있던 사업부에는 누구누구가 진급했는지 궁금해 친한 지인에게 물어본 일이 화근이 되었다.

세상에 내가 가르치던 후배가 조기 진급을 했더라.

신입사원 때부터 보았던 이었고, 일머리가 좋아 칭찬일색인 아이긴 했지만 조기진급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었다.


동기들에게는 성인군자처럼 축하해 줬지만, 후배가 이제 직급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은 내 밑바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나는 정말 종지 그릇 같은 사람이었다.


후배의 개인 연락처도 가지고 있었지만, 차마 축하한다고 메시지 못했다.

축하는커녕 이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다 우리 집 남의 편 때문이다는 생각이 들고선 분노가 치밀었다.

어딘가 울분을 토하고 싶은데 연락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익명에 기대어 맘카페에 하소연 글을 써봤으나 엄마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정도 일은 내려놓아야 된다는 댓글들만 잔뜩 달려 기분만 상했다.


슬쩍 나를 위로해주나 싶어 신랑에게 연락해 보았으나 자기 살길 바쁘신 분이라 그런지 답도 없더라.


어떠한 곳도 날 공감해주지 않아 마음만 더 외로워졌다.

왜 엄마만 육아하며 일을 하면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똑같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회사 20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라면
진급 1년 차이 그게 뭐 중요하냐며 나중을 기약하며 충분히 축하해주고 말았을 거다.


그 당시 나는 종지 그릇의 마음을 가진 혈기 왕성한 10년 차 대리이자 예비 워킹맘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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