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첫 날의 기억
정신없이 복직 준비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니 어디엔가 숨어있던 회사원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다니!!
내가 없어도 이 회사는 잘만 돌아갔지만, 나는 네가 그리웠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로 오롯이 서는 이 기분 오랜만이다.
현재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지만, 복직 첫날의 기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묘한 긴장감과 살짝의 흥분이 내 몸을 감싸는 그 느낌.
깔끔한 회사원의 모습으로 출근하고자 새 옷도 사 입었다.
괜한 자격지심으로 아이를 낳고 돌아왔다고 느슨해지고 흐트러진 모습은 1도 보이고 싶지 않았달까.
그저 내 자존심을 위한 행위였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나는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과거의 나와 같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알량한 자존심.
딱 그 정도였다.
첫 출근을 하며 나를 위해 커피를 한 잔 샀고, 한 모금 머금었을 때 커피의 향은 코와 입안을 맴돌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두 돌도 안된 아기랑 카페를 가면 커피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이 꼬마가 조금이라도 사고를 칠까 언제나 주시하며 달려 나갈 태세를 갖춘 채 커피를 마셔야 한다.
커피를 혹시라도 내가 엎질러 아이를 다치게 할까 싶어 뜨거운 커피는 입에 댈 수도 없었다.
그런 나였는데, 뜨거운 커피를 우아하게 들고 마시며 출근을 하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며 절로 콧소리가 났다. 2년의 휴식기 후 돌아오니 신입사원과 다름없는 느낌 게이트에 사원증을 찍고 출입하는 것도 신기하면서도 바지런히 아침부터 회의와 업무 전화로 바쁜 동료들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무엇인가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이 조바심도 났다.
쉬는 동안 내 뇌는 아이에 대해서만 굴러갔는데, 회사 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억하고 있을까? 그 걱정에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나는 괜찮은 걸까?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모닝커피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복직을 했다며 센터 내 여러 부서장들과 센터장에게 인사를 다녀왔더니 그냥 기가 다 빨렸다.
애는 누가 키워주시나?
이제 돌아왔으니 기대가 커 열심히 해~
바로 일 시작할 수 있겠지?
인사 치례로 그들이 쏟아내는 질문들은 내 어깨 위에 돌을 올려놓는 듯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힘내보자.
부지런히 남는 PC하나 가져와서 복직 후 필요한 작업들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시 즈음이다.
아이가 하원 선생님과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별일 없겠지?
아이 하원시간을 인지하고 나서부터 5분마다 핸드폰을 엄청 쳐다보게 된다.
설마, 첫날인데 별 일 있겠어?
아뿔싸, 핸드폰이 울린다.
어린이집이다.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화장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돌봄 선생님이 하원을 하러 어린이집에 오시자 우리 집 꼬마가 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며 버텼단다.
엄마를 찾으며 꺼이꺼이 울며 어린이집에서 나오질 않으려고 해서 담임 선생님이 아이 손을 잡고 우리 동 1층까지 데려다주셨다고 한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3주 가까이 매일매일 만났던 선생님인데, 분명 나 없이 놀이터도 가고 손 잡고 산책도 잘했잖아?
갑자기 왜?
전화를 끊고 나자, 내 머릿속은 하얘지고 집에 켜 놓은 CCTV만 핸드폰으로 마냥 보게 되더라.
돌봄 선생님과 집에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게 아닌지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지 도통 모르겠어서 내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전화를 받은 이후 2시간의 시간은 무슨 정신으로 지냈는지 모르겠다.
돌봄 선생님한테 전화드려, 아이는 괜찮냐 여쭤보고 아이와 통화하며 엄마 금방 갈 테니 집에서 재밌게 놀고 있어 보라고 달래도 본다.
다행히 아이는 돌봄 선생님과 이제 잘 놀고 있는 듯 보였다.
전화를 끊고선 되려 내 마음이 진정이 안되어 퇴근시간까지 원격으로 우리 집만 계속 염탐했다.
시계만 계속 보게 되고, 더디게 흐르고 흐르던 시간은 6시에 닿자마자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B야 기다려! 엄마가 간다.
분명 따뜻한 커피 향으로 다정하게 시작했던 하루였는데,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 창문에 비쳐오는 저녁 노을 빛은 나를 슬프게 했다.
내 복직은 현명한 선택이었던 걸까?
나는 누군가?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