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
원래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 이다.
결혼 전에도 회사에서는 입사 동기들만, 밖에서는 지금까지 나와의 관계를 유지해 주시는 5명 내외의 찐한 친구들만 일부러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일로 엮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내가 맡은 일만 제대로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서로에 대한 예의만 잘 가지고 있다면 문제 될 일이 없다 생각했다.
그러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꼬꼬마를 키우다 보니
정말 단순히 어른과 대화하고 싶어
일부러 문화센터도 나가 아이 키우는 엄마들도 일부러 만나보고 주변 아이 키우는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도 해보게 되더라.
앗 아이를 낳고 내가 성향이 좀 바뀌었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돌고 돌다 보니 나는 혼자서도 잘 놀고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회사에 다시 돌아오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점심시간은 무조건 나 혼자 놀아야겠다”였다
불가피하게 약속이 잡히지 않는 한 어떻게 서든 혼자서 시간을 보내보려고 복직과 동시에 머리를 엄청 굴려보았다.
내가 속해있는 부서장과 부서원들을 싫어하는 바는 아니나 그들은 나와 처지가 다르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점심시간 나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약속이 있다고 매번 핑계를 대야 하나?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할 때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요리조리 눈을 굴려가며 찾아보았다.
복직 후 몇 번 점심시간을 함께 보내보니 이 부서에는 이런 암묵적인 규칙이 있더라.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지하에 회사 식당이 있다.
다 같이 지하 식당으로 가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받아 어딘가 약속한 듯이 사람들이 많지 않은 구석에 한데 모여 앉아 함께 식사를 한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밖으로 나가 30분가량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산책하며 들어온다.
일하면서도 계속 함께 하는데, 점심시간 내내 부서 사람들과 1시간 남짓 또 함께 하는 거다.
오 마이 갓!
나는 점심시간은 정말 혼자 놀고 싶은데!
전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서요.
점심시간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저를 찾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부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꼰대력이 200% 탑재된 사람이라 육아휴직 후 사회생활이 결여된 애가 되어 돌아왔구나 생각하고 나를 예의주시할 것이 뻔했다.
200명이 가까워지는 이 사업부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2명뿐인데, 그중 한 명이 나이다.
누군가 원래 아이를 키우면 혼자서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죠.라고 방어 쳐줄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지켜나가는 법.
나는 복직 후 일주일의 점심 사회생활을 끝내고, 바로 회사 근처 필라테스 스튜디오로 달려갔다.
직장인 점심시간에 맞춰 30분 운동을 하는 곳이 있어, 운동을 하고 간단하게 밥을 먹기에 아주 적합했다.
주 2회 수업을 신청한 뒤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얼마나 좋은가? 점심시간도 혼자서 보내면서 운동도 하고 체력도 키우면서 점심 사회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이 핑곗거리가.
당당하게 점심시간은 저 혼자서 놀겠습니다. 다들 맛있게 식사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난 그렇지 못한 인간이니까.
지금의 나라면, 전 혼자 시간을 보낼게요라고 당당히 말하고도 남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신입사원과 다름없는 복직 후 일주일 된 햇병아리 대리였다.
회사에 돌아오니 나는 2년 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업무에 대한 감을 깡그리 잃어버렸는데, 복직 전 내가 가르치고 키우던 신입사원 멘티 녀석들은 그 사이 3년 차가 되어 자신의 업무를 하나씩 도맡아 해내고 있었다.
이젠 내가 너희들의 멘토야라고 말하기도 뻘쭘한 그런 상황 회사 자존감이 바닥이던 그 시절이라 눈치만 보기 바빴다.
그렇기에 운동이라는 핑계이자 무기로 나는 이 점심시간을 홀로 보내기 시작했다.
운동을 가는 날은 내가 오늘 하루 더 건강해졌구나 뿌듯했고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은 혼자 사부작사부작 커피를 들고 산책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조용한 회의실 어딘가를 찾아 책을 읽기도 했다.
하루 한 시간 조용히 나를 위해 혼자서 보내는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의 회사 생활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도 든다.
나와 같은 워킹맘들에게 전한다.
점심시간 절대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