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학자로 본 세계
최근 루시쿡의 '암컷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꽤나 도발적인 제목(Bitches)와 흔하지 않은 여성성에 대한 과학자의 관점이 담겨 있는 책.
과학은 지성을 바탕으로 한다.
하나의 지식이 잘못될 수는 있지만, 그 잘못은 데이터와 근거를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기에, 과학은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며, 남녀의 성에 대해서도 평등하리라 믿기 쉽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 루시 쿡은 이 부분에 대해 과학자다운 시선으로 냉정하게, 동시에 여성의 시선으로 열렬하게 비판한다.
다윈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진화론을 만들었다.
다만 진화론을 만들며 당시 사회 분위기에 맞춰 분위기와 맞지 않는 여성 중심의 사례들을 걸러내게 된다.
다만, 이는 사실 당시 분위기로는 어쩔 수 없던 일이기도 하다.
진화론 자체가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만큼 어느 정도의 회피는 필요했으리라.
그 뒤의 문제. 과학자들은 이후 이러한 다윈의 방향성을 성지처럼 여기며, 그에 반하는 - 혹은 다윈이 차마 담지 못했던 반례들은 잘못된 연구로 취급하게 된다. 과학자다운 태도는 아닌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루시 쿡은 자연계의 다양한 반례를 들어가며, 싸우는 수컷, 수동적인 암컷이라는 프레임이 사실은 잘못된 것임을 이야기한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든 책 중 하나. 털 없는 원숭이. 인간을 동물학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내 인생 책이자 세상을 보는 눈을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루시 쿡은 데즈먼드 모리스의 시선 역시 비판한다.
침팬지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좀 더 성별이 극단적으로 나뉘며, 폭력적인 수컷과 수동적인 암컷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러한 침팬지의 성향을 인간의 성향으로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보노보나 고릴라 등 좀 더 동등하고, 평화로운 유인원의 사례는 무시한 채로.
오래전 기억 속에 남아있던 책을 다른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좀 더 다르게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과학이구나 싶기도.
다만, 여성의 시선에 중심을 둔 나머지 기존 남성 중심의 과학자들이 가진 일반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점. 뭐, 그래도 이런 일반화와 주장이 있어야 과하게 남성 중심이었던 과학관이 균형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좋은 책.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와 함께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