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산성 툴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매일 같이 새로운 '생산성'툴이 나오며, 사용하기만 하면 당신의 생산성을 마법처럼 바꾼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나오는 생산성 툴은 다 써보고, 특징을 검토하고, 해당 툴의 기능을 익히기에 몰두하였다.
하지만, 결국 시들해지고, 다음 툴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것이 더 나은 생산성을 위한 행동일까? 처음에는 그렇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는 반짝이는 것을 모으는 까마귀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로버트 라이트의 저서 '불교는 왜 진실인가'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원숭이 실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숭이는 단것을 ‘기대하는’ 순간에 더 큰 쾌락을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단것이 실제로 혀에 닿는 데서 경험하는 쾌락은 점차 줄었다
생산성 앱의 맥락에서 보자. 생산성에 대한 기대는 실제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더 나은 생산성 앱을 찾기 위한 욕망으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는 앱의 효용성보다 새로운 앱의 '약속'에 더 중독되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도구에 익숙해지는 시점. 그 도구를 버리고, 다음의 '특별한 기대'를 찾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아마추어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고장 난 바이올린이 더 멋진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생산성 역시 마찬가지다.
최신 생산성 앱을 가지고 있는 우리보다, 수첩을 가지고 있는 피터 드러커 아저씨가 더 나은 생산성을 가질 것이다.
도구가 문제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하느냐가 관건이다.
20년이 넘게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온라인, 오프라인을 거쳐 수많은 툴을 써왔다. 하지만 아직도 완벽한 툴을 발견하지 못했다.
첫째, 툴은 변하기 마련이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 기능들만 추가하거나, 그러면서 느려지기 일쑤고, 그러면서 가격은 상승하고 버그는 늘어난다.
둘째, 당신이 변한다. 당신의 목표나 하고 싶은 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며, 그에 따라 당신이 툴에게 요구하는 것들도 바뀌게 된다.
특정 툴에 집착하기 전에, 대부분의 도구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생산성 원칙을 숙지해야 한다.
배워두면 좋은 생산성 원칙은 아래와 같다.
Johnny Decimal - 폴더명, 태그명 등을 지정하기 유용한 숫자 분류시스템이다.
GTD - 포괄적인 생산성 시스템. 캡처, 프로젝트 서포트 메트리얼, 2분 법칙 등 잘라서 쓰기 좋은 개념들이 많다.
TODO.txt - text 기반 GTD 문법. 파일명이나 폴더명, 태그 등에 적용하기 좋다.
불렛저널 - 물리적 메모 작성 시스템이다. 키, 로그, 인덱스, 컬렉션 등 다양한 개념을 제공한다.
제텔카스텐 - 메모와 서랍을 이용한 지식관리 기법. 제텔넘버, 메모 배치, MOC 등의 개념은 여러모로 쓰기 좋다.
정규식 - 텍스트 문자열을 추출하거나, 변경할 때 무척 편리하다.
툴을 익히는 것은 재미있고, 성장하는 기쁨을 준다. 문제는 해당 '툴'에 국한되는 성장이라는 점이다.
영원한 툴은 없다. 어떤 툴이든 10년이 지나면 쓸 수 없게 된다. 동시에 당신이 익힌 툴 사용법 역시 무의미해진다.
툴 사용법이 복잡하고, 배울 게 많을수록 툴을 바꿨을 때 쓰레기는 늘어난다.
반면,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만들고 보완하기 시작하면, 그 프로세스는 툴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성장한다.
툴을 최대한 잊어라. 어느 날 핵폭탄이 터져, 모두가 모래바닥에 나뭇가지로 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오더라도, 유지할 수 있는 생산성을 만들어라.
생산성 툴의 대부분은 원클릭으로 아티클 등을 통째로 캡처해 나중에 읽을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한다.
너무 편하기에, 자주 사용하고, 사용하는 것만으로 든든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언젠가 읽어야지 하는 것들은 매일 수십 개씩 쌓이며, 결국 당신에게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그저 스크랩하지 마라. 읽고, 요약한 다음 메모로 남겨라.
메모하는 것만으로 당신의 기억에 남는다. 유사한 것끼리 묶어두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다.
완벽한 툴은 없다.
나에게 현명하신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멋진 해결책을 주셨다.
'우짜기는. 니가 만들어 써야지.'
시간이 된다면, 프로그래밍 능력을 길러, 자잘한 작은 툴들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꽤 도움이 된다.
내가 쓰는 툴이 답답할 때, 그것을 해결할 간단한 툴을 만들어 쓰면 편하다.
옵시디언이나 로그시크같은 텍스트 기반의 툴이라면, 작업 난이도는 더더욱 낮아진다.
동시에 프로그래밍 실력도 꾸준히 올라간다. 여러모로 이득인 셈
프로그램이 부담스럽다면, 정규식이라도 알아둘 것. 그것만으로도 삶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