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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프화가 Oct 18. 2023

책을 10배 흡수하는 독서 메모 작성법

읽어도 읽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분들을 위한 메모법

한 사람은 1년에 200권의 책을 읽는다고 자랑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10권만 읽지만 그 내용을 깊이 흡수해서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고 합시다. 누가 더 독서를 잘 한 사람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라는 행위에만 신경을 쓸 뿐, 얼마나 흡수하고 있는지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합니다. 그래서 책을 여러 권 읽어도, 지나가면 무슨 내용인지도 모조리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많이 읽으면 그래도 뭐라도 쌓일 거야!라고 생각하시나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감나무 밑에서 눈을 감고 막대기를 휘두르다 보면, 언젠가는 입에 감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감을 따기 위해서는 감을 제대로 보고, 막대기를 가져가고, 떨어지는 감에 맞춰 바구니를 움직이는 등의 체계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을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읽고, 내용을 추출해 내 것으로 만드는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1. 단락 구조를 찾아내는 3색 독서법


3가지 색의 펜을 준비하세요.
자신이 구별할 수 있는 펜이라면 무엇이든 좋지만, 저는 빨간펜 / 노랑 형광펜 / 파랑 형광펜을 사용합니다.


빨간색 펜: 인용할 부분
내가 마음에 드는 구간을 전체 긋습니다. 이왕이면 가는 펜. 색깔은 취향대로 하세요. 저는 빨간색을 사용하였습니다.


노랑 형광펜: 중심 키워드 & 제목
노랑 형광펜은 앞서 밑줄 그은 단락의 중심 키워드입니다.
'주제'이자 '인용구간'을 메모에 담았을 때 '제목'으로 삼을 부분입니다.
사실 이 노랑 영역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파랑 형광펜: 중심 키워드를 찾았다면, 그것을 수식하는 내용들이 보일 겁니다. 이 설명하는 보조 키워드들을 파랑 형광펜으로 칠합니다.


이북 앱인 리X북스에서 밑줄 긋기를 한 모습입니다. 종이책도 같은 방법을 씁니다.


이 규칙은 이북과 종이책에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사실 이북이 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종이책에 비해 이 북은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낮은 느낌인데, 이렇게 읽으면 더 많이 기억에 남거든요.


한 번만 그으면 되지, 왜 이렇게 여러 번 긋냐고요?


그냥 밑줄만 그으면 기억에 절대 남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억에 방해만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위 3색 밑줄 긋기는 무의식적으로 줄만 긋고 만족하고 넘어간 내용을 스스로 의식화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3색으로 밑줄을 긋게 되면, 

뇌는 내가 원하는 키워드를 찾아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문장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내용을 재구축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뇌 과학에서는 리허설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며 

기억을 하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즉, 3색 밑줄 긋기는 그 자체로 기억에 오래 남기는 방법입니다.

또한 문장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연습이 되기도 합니다. 

미리 메모할 내용을 밑줄을 그으면서 한번 정리하는 과정이라, 메모로 옮기기도 편합니다.



2. 내 뇌와 책을 연결하는 생각 적기


3색 밑줄 긋기가 끝나셨나요? 그럼 이제 내 지식과 연결하는 단계로 넘어갑시다.


밑줄 근처에 나만의 생각을 추가해 봅시다.
어려운 내용, 그럴듯한 내용을 적으려고 고민하실 건 없습니다.
내가 왜 밑줄을 그었는지 떠올려보고, 내가 기억하는 관련된 내용이나 사례는 있는지, 내 생각과는 어떤 부분이 다른지 적어봅시다.


이 북이라면 메모 기능을 이용하고, 종이책은 밑줄 근처에 손으로 적습니다.


이렇게 내 생각을 적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억과
연관된 정보를 더 잘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을 적는 과정은
내 머릿속의 기억과 책의 내용을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하라고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3. 메모로 지식 포획하기


끝으로 이것들을 하나의 메모로 만들어봅시다.


사실, 1~2에서 필요한 작업을 해 두었기 때문에 독서 노트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노랑 형광펜으로 그은 부분을 제목으로 삼고, 

내 생각과 키워드를 조합해 정리합니다. 


메모를 하면서 추가로 떠오르는 내용도 함께 정리합니다. 

왜 이런 메모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용 부분. 

어떤 책에서 얻은 내용인지 출처도 기록하였습니다.



정리된 메모는 내가 얻은 지식과 내 원래 지식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고, 

제목이라는 갈고리를 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정리함으로써 우리는 언제든 원하는 지식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4. 배치하기


앞서 메모가 지식에 갈고리를 다는 행동이라면, 

배치하기는 그 갈고리를 기존의 지식에 걸어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리지널 제텔카스텐과 무한서랍에서는 '배치'를 중요시합니다.


앞서 우리의 뇌는 기존의 지식과 연결된 지식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하였습니다.
제텔카스텐의 배치는 우리가 만든 외부 지식들을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더 기억에 잘 남기도 하지요.


추천하는 배치 위치는 두 군데입니다.


첫 번째 위치는 주요 키워드(노랑 형광펜)와 어울리는 위치입니다. 


두 번째 위치는 내 생각 기록하기와 관련된 곳입니다. 


둘 중 어디가 낫냐고요?
무한 서랍 방식을 사용하면 두 군데 다 배치해도 상관없습니다.
오리지널 방식을 사용한다면 직관에 맞게 배치하고,
다른 한 곳에는 링크를 달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예시 메모는 중심 키워드에 관련된 웹툰 메모들 근처, 그리고 내 생각과 관련된  GTD 근처에 배치하였습니다. GTD를 등산 배낭에 비유한 적이 있었기에 같이 배치하였습니다. 


배치하고 난 다음에는 다른 메모를 작성할 때마다 한 번씩 내용을 떠올려보세요.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메모를 열어 읽어보세요.
이는 일종의 쪽지 시험처럼 동작하며, 더 기억에 잘 남는 방법입니다.


독서 메모 4단계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봅시다.


3줄 독서법: 인용(빨간펜) + 제목키워드(노랑형광) + 보조키워드(파랑형광)

기존 지식과 연결하기: 내 지식을 추가 → 뇌에 더 잘 연결

메모로 고정하기: 내 지식+ 새로 얻은 지식 = 하나의 덩어리로

배치하기: 관련된 지식과 연결해 언제든 꺼내기 쉽게 하기



다만, 이렇게 3번씩 밑줄을 긋고 정리하다 보면 책 읽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흐름도 끊기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다 보면 이렇게까지 읽어야 할까? 고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책을 한 번에 읽는 게 좋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을 그저 읽기 위함이 아닙니다.
책에서 준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위함도 아닙니다.
타인의 삶과 지혜를 농축한 책을 통해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죠.
책은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입니다. 주체는 책이 아니라 나죠.


읽기 위해 읽기보단, 능동적으로 흡수하는 읽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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