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평균임금이라는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구나. 어떠니? 이제 조금씩 임금과 평균임금에 대한 틀이 잡혀가고 있지? 그렇게 믿고, 또 하나의 큰 산을 소개하려고 한다.
너무 몰아치는 감이 있지만, 이왕 시작한 김에 한꺼번에 임금에 대한 모든 개념을 쭉 훑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야.
이번 편지부터는 통상임금이라는 큰 산을 넘어가 보자꾸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니? 퇴직급여를 지급하거나 산재보상을 할 때는 평균임금이란 개념을 이미 활용하지 않았냐고 말이야. 통상임금이란 개념을 왜 또 공부해야 하는지 짜증 날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장시간 노동이 관행이 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통상임금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계산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어.
1.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해.
우리나라는 법으로 정해둔 근로시간이 있어. 한 번 말해 볼래?
그래, 맞아.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법으로 정해둔 시간이 두 가지가 있어. 바로 1일 법정근로시간과 1주 법정근로시간이야.
1일은 8시간이고 1주는 40시간이라는 것 정도는 홍은서 너도 알고 있겠지?(18세 미만인 연소근로자는 1일 7시간, 1주 35시간인데, 이 부분은 생략할게) 그리고 그 법정근로시간을 넘겨서 일을 하는 걸 연장근로라고 해. 정시퇴근을 칼퇴근이라며 왜곡해서 부르고 있지만 연장근로란 실상은 힘든 노동이야. 법정 노동시간을 넘겨서 엿가락처럼 늘어진 시간에 대해선 무언가 보상을 해야 하지 않겠니?
그래서 우리 법에서는 연장근로를 한 근로자에게 기본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에도 50%를 가산해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단다. 현장에서는 흔히 곱하기 1.5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그다음 말은 짐작이 될 거야. 곱하기 1.5를 지급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겠지? 그게 바로 통상임금이야.
어떤 근로자가 10시간의 연장근로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그러면 연장근로수당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 걸까?
10시간 × 시급 통상임금 × 1.5가 되는 거야.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①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이야.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연장근로수당이 올라가겠지? 그래서 통상임금이 뭐고,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를 공부할 필요가 있어.
2.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해.
너무 근로시간이 길어서 주는 수당을 연장근로수당이라고 이해하면 돼. 그런데 시간의 길이 하고는 관계없이 일하기 힘든 시간대가 있어. 푹 자야 할 시간대에 일을 하면 얼마나 피곤하겠니?
보통 밤에 일을 하면, 잠에게 빚을 지게 되지. 빚을 졌으니까, 그 빚을 갚기 위해서 계속 낮에 잠이 오고, 그게 근로자의 건강까지 해치게 하는 거지.
그런데, 우리 법에서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근로를 야간근로라고 정해두고 있어. 그 시간대에 일을 하면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해. 연장근로와 겹치지 않더라도 밤에 근로했다는 것만으로 곱하기 1.5를 지급해야 해.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도 통상임금이야.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③ 사용자는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월급제 근로자라면 통상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해서 계산하면 돼. 환산 공식은 다음 편지에서 좀 더 상세하게 얘기해 줄게.
3.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해.
휴일은 근로자가 당연히 쉬는 날이야. 굳이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원래 쉬는 날이 휴일이지.
5월 1일이나 주휴일 같은 법정휴일도 있고 회사창립일 같은 약정휴일도 있어.
휴일은 시급 통상임금과 시급 최저임금을 산정하기 위해서 좀 더 상세히 공부할 필요가 있어. 이번 편지에서는 왜 통상임금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도만 얘기하고, 다음번에 다시 휴일근로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휴일에 일을 하면 얼마나 짜증 나겠니? 원래 쉬는 날인데, 그 날에 일을 했으니, 회사가 보상을 해야 할 거야. 그게 바로 휴일근로수당이야. 네 짐작대로 휴일에 근로한 경우에도 곱하기 1.5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 기준 임금이 통상임금이야.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 금액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1.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통상임금의 100분의 50
2.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통상임금의 100분의 100
이 정도만 하더라도 통상임금이 얼마나 중요한 임금 개념인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통상임금으로 계산하는 게 더 남아있어.
4.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해.
혹시 해고예고제도를 알고 있니? 인사팀에 근무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내용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소개해 줄게.
어떤 근로자를 해고해야 할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꾸나. 아무리 그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고라는 건 자기 생계의 끈이 끊어진 것과 다를 바가 없어. 그래서 우리 법에서는 근로자가 미리 해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고일의 30일 전까지 미리 그 해고를 예고하도록 하고 있어. 30일 동안 해고에 대비해서 대책을 세우라는 거지.
그런데, 회사가 30일 전까지 해고예고를 하지 않고, 바로 해고를 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근로자가 어떤 대비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해고되면, 살아갈 길이 막막해지지 않겠니? 근로기준법에서는 30일 전까지 해고를 예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단다. 그 기준이 바로 통상임금이야.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이때 지급하는 통상임금은 일급으로 환산해야 할 거야. 역시 환산 공식은 나중에 알려줄게.
5. 출산전후휴가급여를 지급할 때에도 필요해.
임신중 여성에게는 출산 전과 출산 후를 통해서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부여해야 해(한 번에 둘 이상의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12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부여해).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
①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에게 출산 전과 출산 후를 통하여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12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휴가 기간의 배정은 출산 후에 45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60일)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출산전후휴가중에 임금은 지급해야 하는 걸까? 법령에서는 90일 중에서 최초 60일(한 번에 둘 이상의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75일)은 회사가 유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유급의 기준이 통상임금이라고 보면 돼.(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초 60일의 금액도 지원받을 수가 있지만, 너무 옆길로 새는 느낌이라서 그 얘기는 하지 않을게).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 중 최초 6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에는 75일)은 유급으로 한다...
출산전후휴가중에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일급 통상임금을 환산해야 해.
그 밖에도 육아휴직기간중에도 근로자는 국가로부터 얼마간의 급여를 지원받는데, 그 급여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
어때? 동기부여가 좀 됐니? 통상임금을 제대로 이해해야지만,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단다. 해고예고수당도 그렇고 말이야. 다음에는 통상임금에 어떤 임금이 포함되는지를 소개해 줄게.
임금은 일하는 모든 근로자나 사용자에게 매우 민감한 주제야. 누구나 알 만한 굴지의 대기업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 설문조사 내용 중 하나가 임금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였어. 임금 수준이 상당히 높은 대기업이니까, 임금 만족도가 평균 이상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 뜻밖에도 5점 척도에 2.9점이 나왔어.
연장근로수당도 마찬가지야. 시급 통상임금이 얼마이고, 그 결과 연장근로수당이 얼마가 지급되는지는 매우 민감한 이슈야. 그건 대기업 근로자나 중소기업 근로자나 다 똑같아. 자칫 잘못 계산했다간 인사팀 직원들에게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밀려들겠지.
조금 부담도 되지? 그래. 약간의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있어.
그 사소한 부담감이 타인을 섬기는 작은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될 테니까 말이야. 난 홍대리, 은서 네가 조금 다른 인사 팀원이 되기를 바라.
사람을 비용으로 보지 않는 인사팀 직원이 되기를,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직원이 되기를, 그러면서도 회사의 재정과 인건비를 분석하고 설계할 수 있는 진짜 인사 전문가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래, 어찌 보면 불가능한 꿈일지도 몰라. 하지만, 굳이 가능한 꿈만 꿀 필요는 없지 않겠니?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한 번 상상해 보자. 그게 인생 살아가는 재미, 아니겠니?
그 상상 속에 한 발자국 더 진보해 가리라 생각한다. 은서야. 파이팅!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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