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단 이틀뿐인 주말은 누가 뭐라 해도 너무나 작고 소중하다. 직장인들은 평일에 갖기 어려웠던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주말에는 늘어지게 낮잠 자고 TV 보면서 뒹굴뒹굴 보낼 때도 많았지만, 어느새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쉬워서 각종 모임에 나가거나 이벤트 구경, 아니면 가보고 싶었던 맛집 탐방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주말은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러 밖에 나가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해, 식당, 쇼핑센터, 전시회, 미용실 등 주말에 영업을 하는 곳들이 많아 즐거웠는데, 미국 시골로 이사 오고 나서 주말, 특히 일요일에 할 수 있는 거의 없어 매주 주말 일정을 짜는 게 고민일 정도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주말을 종교 활동으로 보내는 이들은 많은 나라는 일요일은 물론이고 토요일까지 조용한 곳들이 있다. 예전에 처음으로 독일에 갔을 때 그런 인상을 받았는데 미국은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특히 보수적이고 종교색이 짙은 미국 남부에서는 일요일에 문을 여는 곳을 찾는 게 정말 어렵다. 내가 있는 동네에서는 일요일에 외식할 수 있는 음식 종류가 패스트푸드로 확 줄어들고, 카페마저 문 여는 곳 찾기가 별 따기에 가깝다. 운 좋게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았다 하더라도 영업을 평일보다 훨씬 단축시켜하기 때문에 딱히 영업을 한다고 표현하기 애매하다. 옆 동네 다운타운을 가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말인데도 길거리가 전혀 붐비지 않고 상점들은 닫혀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남편이 내게 하는 질문 중 난감한 것 중 하나가, 주말에 하고 싶은 것 있냐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뭔가 볼거리가 있는 이벤트가 열리는 곳에 갈라 치면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고, 30분 이내에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보면 문을 여는 곳이 없으니 딱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냥 책을 읽더라도 바깥바람 좀 쐬며 카페에서 읽고 싶어도 일요일은 그들에게도 휴일이다. 등산이라도 할라 쳐도 근처에 산이 없는 지역이고, 캠핑도 바깥 온도가 맞아야 할 수 있다. 나의 이웃도 다른 주에서 이사 온 사람인데, 여기서는 할 게 운동 밖에 없다며 몇 개월 만에 뚱뚱이에서 홀쭉이가 되어버렸다. 나도 일요일은 헬스장 갔다가 밥 먹고 청소하고 집에서 영화 보면서 낮잠 자는 날이 많다. 특히 야외 활동이 어려운 겨울에는 더 그렇다. 원래 이렇게 보내던 사람이었으면 상관없지만, 주말이면 뽈뽈거리고 돌아다녔던 사람이라 바뀐 이 환경이 너무 심심하다. 컴퓨터로 일이나 다른 걸 해보려다가도 일할 때 계속 앉아 있는 컴퓨터 앞을 주말에도 앉아있기는 싫으니 쉽사리 엉덩이가 의자에 붙질 않는다.
전에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할 것 없이 재미없는 곳이 과연 천국이라 불릴 만 한가? 물론 천국으로 비유되는 건 다른 이유겠지만 다른 이웃들은 도통 운동 외에 뭘 하며 보내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 나처럼 미국 시골에 사는 한인 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의 글을 보았다. 한인 마트를 가려면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 사람, 소셜 활동을 하려고 해도 애초에 그럴 만한 규모가 되지 않는 지역 거주자 등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꽤 있어 보였다. 그들이라고 딱히 색다른 해결책이 있는 게 아니라 다들 무료함과 싸우려고 노력 중인 게 느껴진다. 물론 도심에 산다고 해서 매일이 재미있는 건 아니다. 아무리 밖에 할 게 많고 화려해도 그 안에 내가 끌리는 게 없을 수도 있고, 집에서 휴일을 보내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처럼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말만이라도 밖에 나가할 게 있는 곳에 산다면 좋을 것 같다. 미국 시골에서 재미나게 주말을 보내는 법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