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은 휴양지라 마사지샵이 널리고 널렸다. 관광객이 많을 때는 일단 ‘마사지샵’이라고 간판을 걸어 놓기만 해도 손님이 찾아올 때가 있어, 자격증이건 뭐건 아무것도 없이 일단 장사부터 하는 사람도 많은 편이다. 거너와 나는 관광객이 많지 않은 저렴한 골목길 마사지 샵을 찾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곤 했다. 같이 갈 때도 있었지만, 따로 가는 날도 많았다. 내가 마사지샵에 혼자 갈 때는 딱히 후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무난한 마사지를 받았지만, 이상하게 거너가 혼자 마사지샵에 갔다 올 때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생겼다.
그중에 두 가지만 풀어보고자 한다. 새로운 가게로 찾아간 거너는, 마사지 전에 갈아입으라고 옷을 건네받았다. 일반 지압 마사지라면 주로 티셔츠와 바지를 주는데, 이 날 거너는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신청했다. 전신에 오일을 발라야 해서 그런지 그날 건네받은 옷은 작은 삼각팬티였다. 그것만 입고 마사지 침대에 누워 있으라는 얘기다. 마사지용 일회용 팬티여서 그런지, 조금만 힘을 세게 주면 찢어질 것 같은 얇은 옷감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이즈 또한 거너에게 작은 편이었다. 살집이 있어 허벅지가 굵고 엉덩이가 큰 거너는, 베트남에서 바지 사기가 무척이나 힘든 편인데, 마사지샵에서 건네준 일회용 팬티도 늘어나기는 했지만 넉넉한 사이즈가 아니었다. 게다가 평소 사각팬티만 입어 삼각팬티가 익숙하지 않은 그는, 어두침침한 마사지 룸 조명에 옷을 잘 못 입고 말았다. 그런 줄 도 모르고 '팬티가 너무 꽉 끼네' 하면서 갈아입고 서 있는데 마사지사가 들어왔다고 한다.
마사지사는 중년의 아주머니였다. 그분은 거너가 일회용 팬티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더니 화를 내며 옷을 잘못 입었다고 지적하셨다. 양쪽 다리와 허리가 들어가는 구멍을 잘 못 끼워 넣은 것이다. 이 쪽 다리가 여기에 들어가야 한다며, 거너가 입고 있는 팬티 위로 손가락을 찌르며 가리켰다. 민망해진 거너는 그 팬티를 벗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아입었는데, 마사지사는 거너가 갈아입는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그대로 방 안에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거너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며, 아마 그 마사지사는 내 모든 걸 봤을 거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미 끝난 상황이라 내 앞에서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민망했을 것이다. 옷을 고쳐 입을 때 마사지사를 내보내지 않은 이유는, 베트남어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고 자기가 옷을 잘 못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민망해, 미처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도 그 마사지사의 행동이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당사자인 거너가 괜찮다고 하니 나도 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거너가 마사지샵에 혼자 간 날이 있었다. 이사 온 동네를 둘러보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의 마사지샵을 발견했다며, 어깨가 찌푸둥하니 갔다 오겠다고 했다. 한 시간 정도 후에 돌아온 거너는 또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도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신청했고, 미리 제공받은 반바지로 갈아입은 후 누워 있었다. 워낙 구석에 있는 가게라 여러 대의 침대가 있는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거너 혼자였다.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마사지사가 들어왔는데, 딱 봐도 외국인이니 베트남어를 못 할 거라 생각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없이 마사지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거너를 당황하게 한 부분은 오일 마사지가 시작될 때였다. 보통, 마사지 가게에서는 작은 카트 같은 걸 끌며 그 안에 수건, 오일, 로션 등 마사지에 필요한 제품을 담아 쓰는데, 거기서는 마사지사가 딱 오일 한 통만 덜렁 들고 방에 들어온 것이다. 바로 거너의 등 위에 오일을 몇 번 펌프질 하더니 오일 통 둘 곳을 찾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거너의 바지를 엉덩이 골이 보일 정도로 내리고, 그 골 사이에 오일 통을 딱 꽂아버렸다.
바지가 살짝 내려지는 것까지는 일반적으로 마사지받을 때 많이 겪는 일이라 개의치 않지만, 갑자기 자기 엉덩이 골 사이에 무언가가 턱 하니 꽂히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거너는 너무나 당황했다. 역시나 말이 통하지 않았고 소심한 거너는,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아무 말 못 한 채 누워만 있었다. 그렇게 마사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일 통을 거너의 엉덩이 골에 꽂아 고정시킨 후, 펌프질을 하며 오일 마사지를 했다.
그 얘기를 집에 와서 내게 하는데, 나는 웃겨서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세상에 마상에, 무슨 마사지사가 오일 통만 덜렁 들고 와서, 그걸 손님 엉덩이에 꽂아 놓고 한단 말인가. 아무리 거너가 남자고 외국인이어도, 상상도 못 해본 마사지 패턴에 나는 넋이 나갈 정도로 웃고 말았다. 다시 생각해 보면 결코 웃을 일이 아닌데도, 여기가 베트남인지라, 또 골목 싸구려 마사지샵이라 나도 모르게 납득해버리고 만 것이다. 거너도 베트남이라 별 일이 다 있다며,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자기도 너무 웃긴 경험이었다고 가볍게 치부해 버렸다.
그 두 가지 에피소드 다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성추행 혹은 잘못된 서비스업 사례로 큰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베트남이라 기대치가 낮은 우리는, 이런 일을 겪었다고 어디다 얘기해 봤자 뭐 그런 걸로 화를 내냐는 미적지근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여기니까 겪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로 넘기기로 했다. 물론 다시는 같은 마사지샵을 찾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