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친구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나를 위한 기록용이다.
친구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놓아야겠다 싶었다. 나이 들어 희미해지기 전에
토요일 다시 부산에 내려와 친구의 빈소를 찾았다.
친구도 친구의 아내도 모두 어릴 적 같은 교회 동기다. 친구의 장모님은 나의 장모님과 같은 교회에서 오랜동안 섬겼다. 수요일 인사하고 헤어졌던 장모님을 오늘 친구 장례식장에서 다시 뵈었다.
내가 워낙 누구한테 먼저 연락하고 모이기를 좋아하거나 다방면으로 관계를 갖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건 함께 자란 교회 선후배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고, 그 안에서 남자 동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는 그런 동기들 가운데 한 명이었으니 많은 시간을 참 무심히도 흘려보냈다.
그나마 유일했던 건 친구가 삼성서울병원 펠로우를 할 때 친구 가족이 모두 수서에 집을 얻고 이사를 왔을 때였다. 수서와 분당을 오가며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고 아내끼리 오가는 일들이 잦았던 시기였다. 그 후 친구는 부산에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되면서 자기 분야에서 잘 안착했던 것 같고 멀리서 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는 혈액암으로 쓰러졌다. 오랜 투병기간이 있었고, 그 시간을 잘 견디고 회복하고 완치되었다. 생각해 보니 완치되고 부산 친구 집에서 양쪽 가족들 함께 본 게 마지막이었다. 그러곤 또 무심하게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미국 병원 연수도 다녀온 것 같고.. 코로나로 세상이 온통 전쟁터와도 같았던 몇 년간은 부산지역 방역 일선에서 많은 일들을 해내기도 한 것 같아 이젠 완전 건강을 되찾고 자기 분야에서 정진하면 되는 줄 알았다.
최근 2년 사이 재발이 반복되었다고 했다. 네 번째 재발에서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화요일 다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식이가 많이 힘든 것 같다고. 면회는 계속 안된다 했다.
(친구 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으려 했으나 쉽지 않다. 이 즈음에서..)
친구의 아내 지은이도 오랜 친구라 연락하려고 보니 옛날 번호다. 다른 친구로부터 연락처를 받고 용인 집으로 돌아와 연락을 해보려다가도 그래도 명절이 끼었으니 동식이 간병에 집안 어른이며 아이들 챙기는데 정신없지 않겠나 싶어 조금 미루었다. 목요일은 책상에 앉아 동식이 생각이 많이 났다. 그날 그렇게 생각이 많이 났던 게..
그리고 다음날 오전 또 다른 친구로부터 부고가 날아왔다.
사진은 동식이가 떠나기 3일 전 동식이가 누워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찍은 거다.
해가 없다. 오후의 찬란한 영광을 발하는 햇빛을 삼켜버렸다. 산과 바다, 짙은 숲, 짙은 구름, 붉은 노을 그리고 도시의 불빛들 모두가.
그리고 해는 잔잔히 그 모든 것을 비추고 있었다.
누구에게는 보통의 저녁이고 누구에게는 마지막을 태웠을 저녁이다.
생은 이 같은 저녁을 매일매일 살아가는 거다. 생을 마감하는 건 그날의 저녁을 저녁만찬을 하며 내일의 저녁을 기다리지 않는 거다.
며칠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더랬다.
이 사진을 보면 항상 동식이 생각 날 것 같다.
동식아 평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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