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곳에서 벽을 걷어내는 일

디자인 뒷담화 02

by 폴스


밤사이 순간(이고 싶었던) 이동. 집에서 아침.


구글. 첫 페이지 보여주는 건 항상 건축인데 언제 설정을 그렇게 했는지 이유를 모른다.


한국인가 했는데 코펜하겐이다. BIG가 300명을 위한 장소를 새로 구축했다. 개인 업무와 작업을 위한 공간과 협업을 위한 공간, 그리고 휴식을 위한 공간과 장소가 펼쳐져 있다. 이걸 보면서 예전 사무실에서 이와 같은 업무 및 연구 공간을 제안했던, 현상공모 심사장에서 주고받던 얘기가 생각났다.


심사는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었고 그날은 2단계 대면 심사를 하는 날이었다. S대학 모 교수님과 발주기관 국장(?) 정도 되던 관리자급 인사, 두 분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전자는 난 내가 연구하고 일하는 장소에서 커피도 내리고 책을 보기도 하는데 그런 곳이 저렇게 개방된 공간이면 싫을 것 같다 했고, 후자는 인터넷으로 와이파이로 다 연결되는데 왜 벽을 걷어내고 소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했다.


두 분의 얘기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자기 경험적이라 유걸 선생님과 나는 직접적인 반박 설명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사이 AI는 더욱 우리 삶에 실질적인 문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고 자율주행은 고등 자율주행 단계인 LEVEL 4까지 가능해졌다. 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군사용 로봇에서 나노 로봇으로 우리의 생체 깊숙한 곳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이 즈음되면 그들의 바람대로 우린 더욱 단절되고 벽을 쌓고 비대면으로 모든 걸 처리하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 셈이다.


그럼 이제부터 우린 그렇게 일할 수 있고 휴식할 수 있고 무관심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른 방식으로 AI와 자율주행시스템과 로봇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할 일을 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게 인류에 우리의 일상에 선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있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고, 지금도 상당 부분 그렇게 되어가는 것을 목도한다.


시스템이 바뀌고 새로운 변종의 무엇이 출현하면 거기서 또 방법을 찾으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부터 인간이 자극받고 거기서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하는 걸 반복해갈 것이다.


지금 다시 그 두 분에게 같은 제안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면 어떻게 의견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부터 인간이 자극받고 거기서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하는 것’... 이것은 또한 건축이기도 하다.

광화문 교보 남측 지하 썬큰으로 내려가는 곳 바위에 새겨진 문장 생각나는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건축은 책 보다 더 오랜 시간, 인류가 자기 인식이 시작되었을 무렵, 자신의 안위와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가 의식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시작되었을 테니,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부터 인간이 자극받고 거기서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하는 것’의 가장 원조 격 아닐까.


책과 AI와 자율주행 시스템과 로봇들로부터 자극을 주고받는 것 이전에 우린, 인류 최초의 건축을 하고 그 건축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 자극을 받고 다시 또 건축을 하는 반복을 통해서 인간의 의식과 문명은 발전해 왔다. 자극제를 스스로 던져놓고 거기서 선순환을 반복하는 DNA가 건축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가정하면 무리수인가. 역사가 말해주는 것에서 찾으면 된다라고 책임을 전가해놓고 싶다.


덴마크를 가게 되면 스카겐, 오르후스, 코펜하겐, 세 도시를 방문하겠노라 생각하곤 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곳은 굳이 BIG 오피스 같은 곳이 아니어도 적지 않은 장소와 공간이 그렇게 채워진 도시겠지만 기회가 되면 여기도 가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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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코펜하겐 오피스 _출처. C3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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