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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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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덕 Jan 16. 2021

적성과 이력서가 다를 때

취업 면접을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나'와

'이력서에 나타나는 나'가 달라서 오는 괴리감


취업 면접을 앞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건,


이력서에 드러낼 스펙 (경험) 한 줄이 아니라

스펙(경험)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가치다.




시켜만 주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취업시장에서의 내 가치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왜 나를 몰라보지?
왜 다른 것만 볼까?


이력서만으로는 도저히 나를 제대로 드러낼 수 없을 때

느끼는 착잡함이 있다.


삼수해서 취업에 불리해서 어떡하지

걱정하던 후배를 멘토링 할 때,

무조건 유리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이익은 아니라고 다독였다.


듣기만 해도 가슴 한쪽이 웅장해지면서 아련해지는 단어, 삼수

남들은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나를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로

삼수한 과정을 통해

'끈기', '집요함'을 상징할 수 있다.


"저는 끈기 있는 사람입니다"


대신


"저는 삼수하면서 심리적으로 지칠 때도 있었지만,

정해진 목표를 향해 집요하게 몰입한 경험이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견뎌내면서

끈기를 잃지 않고 멘탈관리가 능한

단단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떤가?

오히려 삼수를 했기 때문에

두 번째 문장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가?




산타가 없다는 걸 크면서 자연스럽게 인지하듯이

내 관심분야와 적성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 깨닫게 돼서

관련 경험을 술술 쌓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필통을 살 때부터 '난 열심히 공부해서 00 의사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수능 당일 기적이 일어나서 '이 점수로 의대가 가능하다니 가볼까?'

인생 전환점을 맞은 사람도 만나보긴 했다.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꿈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이자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한 눈 판 적 없이

한 우물만 깊게 판 셈이라

남들보다 커리어 전환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득이하게 가고자 하는 길이 막혔다면

그 절망감의 깊이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한국 취업과 미국 취업의 과정은 다르지만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맨몸으로 뛰어들 때의 차가운 경험을 떠올리면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찾아냈다.


면접에서 피할 수 없는 질문 하나.

이쪽 분야 관련 경험 있으세요?


대학 입학 시 고심해서 고른 전공이지만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일부다.


경험이 없다면 순수한 지원 동기로 승부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원 동기가 아니라 앞에 붙은 '순수한'이다.


하필 졸업하고 나서 관심 있는 걸 찾았다면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학교에서는 왜 못 찾았는지, 그땐 어디에 관심을 두고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
졸업하고 나서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고 어떻게 시야가 넓혀졌는지,
뒤늦게 찾은 만큼 내 적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풀어 나가야 한다.


완벽한 스토리보다
굴곡 있는 사람 냄새나는 스토리가 인상 깊다.


일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거라

즉각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경력직이 아니라면


결국,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


무작정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로는 당연히 약하다.

아무리 뛰어난 약장수라도 믿음이 썩 가지 않는다.


제법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풀려면

몸으로 직접 쌓은 경험은 없지만,

언택트 시대에 쌓을 수 있는 간접 경험은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관심이 생겨 지원했다면

그 분야 관련 도서를 읽거나

기사, 강연, 논문을 섭렵한다면

스펙 한 줄은 없어도 분야에 대한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XX관련 논문 100개를 읽었는데... 그중 가장 궁금했던 건 xx다."

"YY 기사를 보는 걸로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데... 최신 이슈는 yy더라."

"ZZ에 관한 Ted를 봤는데... 그분이 쓴 책처럼.... zz를 공부하고 싶다."


적어도 면접관과 면접하면서 대화를 할 때

지원 분야 관련해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걸로도 부족하다.

더 중요한 무기가 필요하다.




나는 뚜렷한 계기 서너 개는 줄줄이 말할 수 있을 만큼

내 오랜 열정과 관심을 쫓아

사회복지학 (Social Welfare)의 랭킹이 높은 미국 대학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전공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눈물을 짜낼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여러 버전으로 거침없이 쏟아 낼 수 있으나

관련 기관이 아닌 분야로 수백 개 지원할 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관심 있는 산업분야도 불투명했던 때라

어디서 주워 들어본 익숙한 직무 중 하나인 마케팅에 닥치는 대로 지원했더니

이 질문이 늘 따라다녔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는데 왜 마케팅에 지원했어요?"


나는 '문제 해결 능력'으로

사회복지학과 마케팅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회복지학 수업은 사회학과 다르게 이론과 함께 실제 사례를 많이 다룬다.  

A가 처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현실적인 예산을 측정한다.

이 경우,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으로 균형 잡힌 사고방식을 훈련했으며

마케팅에서 필요한 skill set (=client(고객) 중심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현실에 기반한 솔루션 제공)을 갖췄다.


똑같은 주제로

팀워크, 협동심,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강조해서 바꿔 말할 수 있다.


사회복지학 수업은 여러 명이 같이 한 사례를 다루는 그룹수업으로 이뤄진다.

각자 준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례를 분석하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은 결과를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부드럽게 의견 조율하는 방법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A (전공)만 공부해서 B (지원 직무 관련 경험)가 없으나

A를 통해 얻은 A*, A**, A***와 B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연결고리는 1시간 생각하면 1시간짜리 키워드가 나오고

한 달을 고민하면 한 달짜리의 키워드,

생각을 오래 하면 할 수 록 나를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키워드가 나온다.


이 키워드를 잘 만들어두면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나와도

카멜레온처럼 유용하게 바꿔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상 면접 질문 100개를 준비하는 것보다 강력한 무기다.


사실 이제 막 취업시장에 내던져진 졸업생, 신입 경우엔

특정 분야 (이공계)가 아니고서는

업무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모전, 자격증이 아니고서는

직접 부딪쳐보지 않는 한 두드러진 실력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신입이 갖춰야 하고

면접관이 기대하는 모습은


지원 분야에 대한 순수한 열정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간절함"이다.


차곡차곡 긴 시간 동안 쌓은 스펙 (관련 경험)이

위에 말한 '지원 분야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가장 빠르고 알기 쉽게 나타낼 수 있지만,


그게 없다 하더라고 실망하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벌써 졸업했는데 이제 어디서 어떻게 경험을 쌓지?"라는 질문에

전하고 싶은 조언은


스펙을 쌓을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 물론 쌓으면 좋지만 쏟는 시간과 여러 여건을 고민했을 때 -

스펙을 통해 나타내려고 했던

근본적인 요소 (열정, 간절함)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면접관이 원하는 건

"경험을 갖고 와- 합격 목걸이 줄게"

가 아니다.


"경험을 통해 확인하려했던  000가 있어?"

당신만의 000을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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