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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 셰스토프 그리고 카뮈에 대하여

by 낭만소년

레프 셰스토프(Lev Shestov, Иегуда Лейб Шварцман / Léon Chestov) 우크라이나 키예프 출신 유대계 작가. 1921년 파리로 이주, 1938년 11월 18일 사망.

서구 철학. 비합리주의(irrationalism). 실존철학. 신학. 니힐리즘(허무주의)


위키에 나온 기본 정보이다.


우리에게는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를 다룬 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사상사 1987



이 저작마저도 80년대 후반 번역 출간되었으니, 지금 세대에게는 낯선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이방인' 일까?


시지프 신화_전집 4.jpg


그는 실존주의와 함께, 특히 카뮈가 『시지프스 신화』에서 부조리를 논의하면서 키에르케고르와 함께 언급했던 작가이다.


카뮈의 유명한 <부조리의 추론>에서 묘사된 셰스토프는 부조리의 사유자로서, 합리주의를 비판하고 비합리의 권리를 옹호한 사상가로서 하이데거, 야스퍼스와 함께 나란히 선다.


다만, 카뮈가 보기에 그들은 불만족스럽다. 사막에서 태어난 부조리의 경험을 올바르게 인정했음에도, 부조리의 논리를 극한까지 밀고 나간 후 마지막 남은 희망, 강요된 희망으로서 도피적(evasion) 종교를 권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셰스토프는 "이것이 부조리다."라고 말하지 않고 "여기에 신이 있다. 비록 그가 우리 인간 이성의 어떤 범주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해도 그에게 의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셰스토프는 부조리의 계율을 충실히 지켰는가?


카뮈가 보기에 그의 실존 사상은 부조리를 전제하기는 하지만 부조리를 증명하려는 목적이 오직 속죄의 형태로 해소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부조리가 만족을 주는 영원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 참다운 모습을, 인간적이고 상대적인 성격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카뮈는 결론을 내린다. 셰스토프는 인간학적 부조리를 신학적 영원성으로 가는 도약대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신학적 비약은 투쟁의 회피일 따름이다. 그의 "비합리의 도취와 법열의 취향" 이 결과적으로 부조리에서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가 묘사한 부조리의 세계와 인간은 <무(無, nihil>이다.


셰스토프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비합리에 의해 희생되고 명백함의 요구가 슬쩍 감춰지면서 부조리는 비교의 한쪽 항과 더불어 사라져 버린다. 이와 반대로 부조리의 인간은 평준화의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그는 투쟁을 인정하고 이성을 전적으로 경멸하지 않으며 비합리를 받아들인다. 그는 이렇게 경험의 모든 소재를 시선으로 감싼다. 그는 알기도 전에 비약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다만 그 주의 깊은 의식 속에 희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 뿐이다.


아쉽게도 카뮈는 셰스토프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카뮈에 의해 촉발된 그의 사상 전반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지적인 변화 과정을 개관한 평전으로 이끈다.


Lev Shestov-The Philosophy and Works of a Tragic Thinker.jpg Andrea Oppo, Lev Shestov-The Philosophy and Works of a Tragic Thinker


Andrea Oppo에 의하면 셰스토프의 지적 변화는 크게 2개의 여정으로 나뉜다.


<러시아의 예술 철학 시대>

1898~1905 The Philosophy Of Tragedy

1901~1910 Art As Negativity: The Literary Criticism Years


이 시기에 셰스토프는 러시아 지식인 서클의 일원으로 푸쉬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니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국내에서 번역 소개된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니체-비극의 철학』은 바로 이 비극의 예술 철학 시대의 정점을 이룬다.


悲劇の哲学 ドストイェフスキーとニーチェ_ 近田 友一 역_ 現代思潮新社 1968.jpg


사실, 나의 셰스토프에 대한 클리셰는 이 시기의 셰스토프이다.



























카뮈의 셰스토프에 대한 비판은 프랑스 이주 이후의 신학 시대와 관련되어 있다.


<프랑스 이주 이후 형이상학 시대>

1914~1929 Wandering Through The Souls

1930~1938 Athens and Jerusalem: The Logic and The Thunder


이 시기에 셰스토프는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를 떠돌며 사상에 있어서 신, 불멸, 자유의 문제 등 형이상학적 주제에 천착한다. 그가 신학적 종교적으로 변모한 근원적인 이유는 1915년 1차 세계대전에서 아들을 잃은 경험이 내재해 있다. 한편, 사회적 상황으로 1917년은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한 러시아 국내 상황의 급변이 자리한다. 이 시기에 그는 파스칼, 키에르케고르, 루터를 탐독하며 마르틴 부버와 대화했으며, 그 결과가 『Athens and Jerusalem」이다.


Athens and Jerusalem_Ramona Fotiade (엮은이), Bernard Martin (옮긴이)  Ohio Univ Pr  201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