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은 Dec 10. 2020

출판사를 차렸다.

12월 4일, 구청에 가서 출판사 등록을 신청하고

12월 7일,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출간하고 싶어 눈독 들이던 번역서 하나가 있었다. 얇고 작고 오래된 책이었지만 나에겐 굉장히 흥미로웠으며, 한국에 꼭 알리고 싶다는(특히 간호사들에게)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번역도 해놓으면서 여기저기 출판사를 기웃거렸지만, 역시나 돈이 되는 책이 아닌지라 매번 정중한 거절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판권이라도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외국 에이전시에 메일을 보냈는데, 그러고 나서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느닷없이 에릭양에서 메일이 왔다.


옵션사에서 진행 의사가 확인되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말이다.


사실 이 책의 판권에 대해 알아보려는 시도는 작년 여름에도 있었는데, 여기저기 토스되다가 흐지부지 끝이 났었다.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더니 판권 문의는 에이전시에 하라고 해서 에이전시에 메일을 보냈다가, 그 에이전시에서 또 다른 담당자를 연결시켜 줘서 그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가, 그 담당자가 휴가 갔으니 휴가 끝나고 답 메일을 주겠다는 자동 메일을 받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한 채로 1년이 훌쩍 넘게 지난 것이었다. (아마도 그 담당자가 퇴사를 하면서 누락된 듯했다. 이번에 다시 메일 보내려고 에이전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그 사람 이름이 없었다....)


이러한 사연 덕분에 이번에는 개인이 아니라 출판사인 척하고 메일을 보냈었는데, 외국 에이전시에서 바로 한국 에이전시로 연결을 해버렸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에 메일을 보낼 때 출판사를 차려서 1인 출판을 하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출판업은커녕 그 비슷한 일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마음먹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고, 어쩌면 그 계기를 만들고자 무작정 메일을 보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작정 일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편집은? 표지 디자인은? 책 보관은? 몇 부를 찍어야 하지? e-book은 어떻게 해? 유통은? 홍보는? 이 책만 내고 끝낼 수는 없으니 다음 책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어쨌든 에릭양 담당자분께서 출판사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사고는 일단 쳤고, 수습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수밖에.


그렇게 나는 다음날인 12월 4일 금요일, 바로 구청으로 달려가 출판사 등록을 신청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다음 주 월요일인 7일에 완료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