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반찬을 차려먹는 것을 번거로워해서 빵을 만들어먹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개인적으로 비건을 하기에 좋은 것은 밥보다 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국과 찌개를 끓이거나 반찬을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밥과 반찬을 만드는 그 과정이 귀찮아서 빵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주로 빵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될 예정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빵이 비건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최소한의 재료만 들어가는 빵 만들어 먹기를 선호한다. 대체로 이런 식사 빵으로는 바게트, 치아바타, 깜빠뉴, 호밀빵 등을 들 수 있다. 내가 처음 도전해 본 빵은 치아바타였고 치아바타는 여전히 즐겨 만들어 먹는다.
일단 처음 빵을 만드는 사람이 접근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반죽이 질어서 처음에는 다루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죽을 치대지 않고 폴딩 기법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대충 스크래퍼로 반죽을 쳐서 모양을 잡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썰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레시피는 주로 유튜브에서 참고하는데 내가 애용하는 치아바타 레시피는 이거다. (나는 비건으로 먹기 위해서 치즈는 안 넣는다.)
한 번 만들면 6~8 덩어리가 나와서 냉동실에 얼려 놓으면 3~4일 정도 먹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위 반죽을 두배로 해서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놓은 다음 일주일 동안 먹기도 한다.
치아바타에 들어가는 재료는 물, 소금, 이스트, 올리브 오일이고 기호에 따라서 여러 가지 넣어 먹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통밀, 올리브, 감자, 쑥가루와 크랜베리, 양파, 쪽파, 단호박, 김, 곶감, 버섯 등을 넣어서 먹어 봤는데 모두 다 성공적이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치아바타 종류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천천히 올릴 예정.
치아바타가 성공하자 자신감이 붙어 이어서 바게트도 도전해 보기는 했는데 바게트는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서 최근에는 잘 안 만들어 먹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반죽을 치대로 모양을 잡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고, 가정용 미니 오븐으로는 바게트의 맛을 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차례 실패를 한 결과, 2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지 않으면(그러나 대한민국 법 상 오븐 최고 온도는 230도까지인 걸로 알고 있다) 오븐 안에서 반죽이 부푸는 오븐 스프링이 잘 일어나지 않고, 미니 오븐의 경우 수분이 잘 날아가기 때문에 겉이 딱딱해지기가 쉬워서 생각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바게트는 수명이 짧다. 굽고 나서 4시간 이내에 먹어야 맛있고 그 타임이 지나버리면 눅눅하고 질겨서 맛없는 빵이 되어 버린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는 여태까지 만들어 본 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런 종류의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건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채식은 맛이 없다거나 실천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게다가 빵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