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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은 Jan 13. 2023

왜 정신분석인가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왜 푸코가 아니고 라깡인가?”였다. 간호사를 하다가 철학과에 오게 된 이유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사람들은 내가 라깡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왜 그런 질문을 나에게 하는지 불쾌하다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푸코를 전공하면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질문에 대해 농담처럼, 푸코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돌잡이를 라깡으로 했을 뿐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심리학과 정신질환에 관심이 많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왜 나는 미치지 않고 정상인인 것인가?'라는 의문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이트와 관련된 책을 뒤적거려 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나는 관련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간호학과로 가게 되었다. 정신질환을 다루기도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생리학적인 기전 그리고 약물에 대한 이론과 더불어, 프로이트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프로이트를 직접 읽으며 공부한다기보다는 정형화되고 이론화된 프로이트를 공부했는데, 그 외에도 프로이트를 이어받은 다른 이론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에 라깡은 없었다. 오히려 라깡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교양으로 들었던 어떤 과목에서 ‘욕망이론’이라는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과제에서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라깡의 이름을 들었다. 그러나 정신분석가라기보다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일 거라고 어림 짐작하며 넘겼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나는 여러 선택지 중 라깡을 선택하기보다는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기로 했으니 또다시 그와의 만남은 비껴간 셈이다.


따라서 왜 정신분석인가?라는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 왜 푸코도, 프로이트도 아니고 라깡인가?라는 질문으로 이행해 간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반드시 라깡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이유가 없다는 말은 여기에 ‘필연적으로’ 라깡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론과 학설이 있고 좀 더 대중적인 학자를 택할 수도 있으며, 그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는 ‘왜 라깡인가’에 대한 답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답안이나 누군가에게 라깡을 권유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내놓는 응답이라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고유하고 개인적인 이유에 가깝다.


한 인간의 인생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종교적인 신성한 체험일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사건일 수도 있고 피할 길 없는 사고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단순한 하나의 문장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라깡은 우발적으로 마주친 사건인 동시에 피할 수도 있었을 사고였고 삶의 어떤 궤도를 바꾼 변곡점이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수많은 그럴듯한 이유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내가 라깡을 고집하는 이유는, 달리 이야기하자면 내가 라깡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내 삶과 관련이 있다. 내 삶이 변화한 국면에는 언제나 라깡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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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acanencore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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