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를 향한 아이의 충동은 아버지에 의해 가로막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결과 아이는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를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지만 이 적개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동시에 아버지로부터 거세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것이고 아이는 어머니를 아버지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아이는 어머니를 향한 욕망을 포기하는 대신 어머니를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처럼 되고자 한다. 이것이 흔히 알려져 있는 남근기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그것의 극복 과정이다.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융은 어머니를 향한 여자 아이의 적개심을 설명하기 위해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그러나 라깡이 이야기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차이를 보인다.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3~5세 사이 남근기라는 발달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하지만, 라깡은 보다 추상적인 차원으로 이것을 재해석한다. 일단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할 것은, 성충동의 대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머니는 실제 생물학적인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실제 생물학적인 내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아버지 또한 실제 호적 상의 아버지가 아니다. 이 사실을 놓친다면 길을 잃게될 수도 있으니 잘 붙들어 매야 한다.
라깡이 이야기하는 성충동의 대상,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존재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만족을 주는 대상이다. 젖을 주고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사랑을 담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아 준다.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충동은, 바로 이것과 관련이 있다. 나를 바라보아주는 어머니의 시선으로부터 응시라는 시관 충동이, 나를 불러주는 어머니의 목소리로부터 호원 충동이, 그리고 젖을 먹기 위해 어머니의 젖가슴을 빠는 행위로부터 구강 충동이, 배설한 대변을 치워주는 어머니의 손길에서부터 항문 충동이 형성된다. 여기서 충동이라는 것은 단순한 욕구 충족으로부터 오는 만족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배를 불리는 동안 아이는 입을 통해 다른 쾌락을 형성해 나간다. 어머니를 충동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이 구강충동, 호원충동, 항문충동, 시관충동을 탐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되고 규정되어 있지만 충동은 다형적이므로 더 많은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이것은 최초의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충동이다. 그러니 실제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성욕의 대상으로 욕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충동은 쾌락이되 성욕이 아니니까.
그러나 아이는 이 쾌락을 무한히 누릴 수 없다. 이 충동, 이 쾌락을 계속해서 탐닉할 수는 없다. 아이는 어머니의 젖을 계속 빨고 싶지만 때가 되면 아이는 젖을 떼야한다. 나의 대변을 치워주는 어머니의 손길을 떨치고 우리는 배변 훈련을 해야 한다. 사랑만 줄 것 같은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느샌가 금지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로 변해 있다. 충동은 이제 금지의 대상이 되고, 이 금지를 행하는 것을 정신분석에서는 아버지의 법이라고 부른다.(아버지의 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사회가 가부장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아버지의 법은 실제 살아 있는 생물학적인 아버지와는 무관하다. 아버지의 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 어디에나 스며들어 있는 채로 작동하며 엄밀히 이야기해서 실체가 없다.
라깡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소위 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신경증자를 출현시킨다. 즉 주체의 출현인 것이다. 프로이트가 발달 과업의 성취 여부로 제시하고 사회화의 국면으로 제시했던 것이 라깡에 와서는 인간 주체의 출현의 국면으로 변화한다. 이 금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법이 무의식적으로 안착되지 않는다면 정신증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 라깡의 설명이다.
나의 전부인 어머니를 포기하고 법과 금지를 강제하는 아버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와 라깡은 비슷한 구도를 보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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