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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꾸 Oct 29. 2018

로드샵 브랜드 매출 1위, 이니스프리의 마케팅 비결

YOMA Vo.7_2018년 11월호_주제 "로드샵 브랜드"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푸드코스메틱’ 컨셉을 굳건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때 3대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로 꼽혔던 스킨푸드가 부채를 갚지 못해 법정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1세대 로드샵 브랜드의 대표주자였던 스킨푸드의 추락을 두고 단독 로드샵 브랜드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는데요. 올리브영, 롭스와 같은 H&B(Health & Beuty) 스토어의 성장, 중국과 얽힌 정치적 이슈로 인한 중국 시장의 불안정화, 로드샵 브랜드 간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브랜드 차별성 약화와 같은 요인들 때문입니다. 이렇게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로드샵 브랜드 매출 1위를 지키며 한 해 매출 1조 원이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이니스프리인데요. 오늘은 수많은 로드샵 브랜드 중에서도 독보적인 마케팅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의 비결을 ‘캠페인’과 ‘SNS 운영’의 측면에서 깊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0만 개가 팔린 이니스프리의 대표 제품, '그린티 씨드 세럼'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초록초록’한 캠페인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컬러는 자연하면 떠오르는 색깔인 초록색입니다. 이니스프리는 그들의 브랜드 컬러를 단순히 BI(Brand Identity)에 녹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름에 ‘그린’이 들어가는 다양한 캠페인들을 통해 ‘그린=이니스프리’라는 공식을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 넣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캠페인들은 모두 사회 공헌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효과적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캠페인은 플레이그린 캠페인인데요. 365일 일상 속에서 지구를 지키는 활동을 놀이처럼 하자는 취지의 이 캠페인은 플레이그린 페스티벌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2014년에 처음 열린 이 행사는 티켓 오픈 5분 만에 매진이 되어 첫 시작부터 성공을 알렸는데요. 플레이그린 페스티벌은 행사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자전거 동력으로 솜사탕이나 비눗방울을 만들어내는 체험 활동, 다 마신 생수통을 쓰레기통에 골인 시키는 ‘보틀슛’ 등 그린 라이프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졌습니다. 또한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플레이그린 캠페인은 로드샵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이벤트라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플레이그린 페스티벌은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며 매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지난 9월에는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이슈를 발빠르게 캐치하여 ‘Less Plastic It’s Fantastic’이라는 슬로건 아래 성황리에 행사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그린 컬러가 돋보이는 역대 플레이 그린 페스티벌 포스터들

 플레이 그린 캠페인을 통해 이처럼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자신의 컨셉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한편, 이니스프리 숲 캠페인을 통해서는 실제적인 자연 보호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제주 곶자왈을 보존하기 위해 사유지인 곶자왈을 매입해 공유재산화 하고, 내몽고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1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의 바다숲을 보존하기 위해 해양 생태계에 이로운 영향을 끼치는 맹그로브를  태국에 심기도 했습니다. 


 또한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캠페인에도 그린 크리스마스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판매하거나 기부 이벤트를 통해 위탁아동의 초기정착 지원, 청각 장애 아동의 치료와 교육, 강원도 영월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건립 등 다양한 곳에 마음을 나누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또 어떤 기획으로 고객들을 나눔에 즐겁게 참여하도록 만들지 기대가 되네요!

지난 2017년에 크리스마스 에디션과 함께 제공된 그린 크리스마스 DIY 스트링 아트 키트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연주의라는 가치를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내재시키고, 그러한 자연주의를 지키기 위해 직접 자연 보호에 나서고, 심지어 자연과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회 공헌 활동에도 굳이 ‘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이 모든 초록초록한 캠페인들은 고객들이 이니스프리와 그린, 그리고 자연을 한데 묶어 연상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SNS 콘텐츠? 채널에 맞게 다 다르게 만들지 뭐!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면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콘텐츠 운용 방식입니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여러 SNS 채널을 관리해야 하는 수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은 OSMU를 하나의 유용한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니스프리는 가장 대표적인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급적 OSMU를 피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각 채널별 콘텐츠의 특성과 유저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굳이 무리해서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엄청난 리소스를 들여서 이렇게 채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각 채널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이니스프리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스타그램입니다. 하나의 계정을 잘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니스프리는 오피셜 계정(팔로워 수 약 62만 명)과 제품 카탈로그 계정(팔로워 수 약 27만 명) 2개를 동시에, 그리고 굉장히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 포토그래퍼 ‘허 자매’가 이니스프리의 청정 원료 산지인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제주의 일상을 담아내는 오피셜 계정은 이미 성공적인 인스타그램 마케팅 사례로 너무도 많이 언급되었는데요. 아름답고, 여유롭고, 자연친화적인 제주도의 이미지들을 통해 자연주의 컨셉을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편 오피셜 계정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제품 자체의 특성이나 제품의 고유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콘텐츠들은 카탈로그 계정에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카탈로그 계정에서도 세련된 제품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의 UI에 최적화된 3칸 단위로 정돈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물론 시각적 통일성까지 신경쓴 이미지들은 고급 잡지에 실린 듯한 느낌을 주며, 이는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도 다른 목적(브랜드 컨셉 전달&제품 이미지 제고)을 달성하기 위해 2개의 채널로 쪼개서 전혀 다른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 이 어려운 걸 척척 해내고 있는 것이 정말 인상깊습니다. 

자연 속 여유로운 제주의 일상을 보여주는 오피셜 계정(좌) / 시각적 통일성까지 세밀하게 고려하여 제품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카탈로그 계정(우)

 인스타그램이 세련되고 절제된 시각 이미지에 중점을 둔 룩북의 성격이 강하다면, 페이스북은 팔로워들과 캐주얼하게 수다를 떠는 채팅방의 느낌이 나는 채널입니다. 따라서 이니스프리는 페이스북 페이지(팔로워 수 약 86만 명)에서 이미지에 텍스트를 얹은 카드뉴스와 영상을 통해 제품의 특성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팔로워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드뉴스와 영상, 그리고 이벤트를 소개하는 이미지는 고급진 이미지들로 가득한 인스타그램과는 사뭇 다른 친근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팔로워들은 친구를 태그하기도 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댓글을 달기도 하며 자유롭게 소통합니다. 또한 광고 모델인 윤아를 비롯한 셀러브리티들이 등장하는 바이럴 영상이나 제품의 특성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기획한 스낵 영상들도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하여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제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카드뉴스 콘텐츠(좌) / 친근한 느낌의 이벤트 이미지(우)




 지금까지 이니스프리의 마케팅 비결을 살짝 엿보았는데요. 명확한 브랜드 컨셉, 일관된 메시지 전달, 브랜드 가치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온/오프라인 캠페인과 사회 공헌 활동, 타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훨씬 높은 퀄리티의 SNS 콘텐츠와 채널을 몇 년 째 꾸준하게 운영해오고 있는 성실함까지. 이니스프리의 전방위적인 마케팅 활동을 살펴 보면서, 1등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라꾸


* 본 콘텐츠는 요즘 마케터들의 매거진, <YOMA>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YOMA> 매거진에서 확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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