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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꾸 Oct 03. 2018

콘텐츠 마케팅의 블루칩, <책 끝을 접다>

YOMA Vo.6_2018년 10월호_주제 "콘텐츠 마케팅"


출간되었을 당시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3년 지난 후에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앨리스 죽이기>. 죽어가고 있던(?) 앨리스를 베스트 셀러로 만들어준 곳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책 끝을 접다’(이하 책끝)라는 *북 큐레이션 채널입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페이스북), 책읽찌라(페이스북), 겨울서점(유튜브), 이동진 평론가의 빨간책방(팟빵) 등 수많은 북 큐레이터들이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가운데, 요즘 가장 핫한 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곳은 아마 책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 영상, 카드뉴스, 팟캐스트, 서평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책을 추천해주는 채널들  

'책 끝을 접다' 덕분에 3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앨리스 죽이기>. [출처 : 리디북스 홈페이지]

'책 끝을 접다'라는 이름은 책을 읽다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은 부분이 나오면 책장 끝을 접는 모습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들은 카카오 1boon,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5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영상이 대세인 오늘날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던 카드뉴스 형식의 콘텐츠를 가지고 수 천개의 좋아요와 수 백개의 댓글, 공유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책끝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디노먼트는 이러한 콘텐츠 제작 능력과 잠재력을 인정 받아 지난 6월에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선두주자 리디북스에게 인수되기도 했습니다. ‘대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책끝의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오늘은 책끝이 수많은 팬을 만들수 있었던 이유를 짚어보며, 콘텐츠 마케팅의 힌트를 얻어보려 합니다.


#01 콘텐츠 마케팅의 시작과 끝, ‘콘텐츠의 매력’ 극대화 하기


책 마케팅은 콘텐츠 마케팅과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책이라는 소재 자체가 하나의 완결하고 검증된 콘텐츠이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알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또 효과적이기 때문인데요. 책끝은 이러한 점을 십분 활용하여 콘텐츠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한 달에 5권에서 8권 사이의 제한된 숫자의 책을 고르고 골라, 그것을 완벽히 소화시킨 후에 콘텐츠의 플롯을 짜냅니다. 이렇게 줄거리의 정수만을 뽑아낸 플롯만 봐도 구독자들은 ‘이 책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콘텐츠가 더 매력적이고, 더 고퀄리티로 느껴질 수 있도록 2가지의 노력을 더 기울입니다.


스토리에 몰입감을 200% 더해주는 일러스트


책끝은 콘텐츠의 핵심 내용이 되는 플롯 위에,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라는 이름의 옷을 입혀주는 데에 탁월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네이버 웹툰을 펼쳐놓은 것처럼, 각각의 콘텐츠의 일러스트는 그 스타일과 표현방식에 저마다의 개성이 흘러넘치는데요. 

마치 각기 다른 웹툰을 모아놓은 듯한, 개성 넘치는 스타일의 썸네일들 [출처 : 책 끝을 접다 카카오 1boon 페이지] 

수상한 상인과의 거래로 동생이 사라져버리는 미스테리 스릴러 <야시>에는 원색적이고 섬뜩한 그림체를, 치매 걸린 엄마를 간병하는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엄마, 미안해>는 따뜻한 느낌의 그림체를, 가상의 왕국에서 여왕의 자리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백 번째 여왕>은 디즈니 에니메이션 뮬란을 연상시키는 그림체를 사용합니다.


기존의 카드뉴스 형태의 책 소개 콘텐츠는 대부분 단순히 사진과 글만을 나열해왔던 ‘열정의 기름붓기’ 스타일을 고수해왔지만, 책끝은 그때그때 장르와 책의 분위기에 걸맞는 일러스트를 제작하기에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확보합니다. 잘 쌓아올린 플롯에 더욱 잘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러스트 덕분에 지금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가 ‘값지다’라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도록 유도하며, 이는 책끝이 대놓고 책이나 리디북스 멤버십을 광고하더라도 “이 정도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봤으니 광고도 다 봐줄게”라고 구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왼쪽부터 <야시>, <엄마, 미안해>, <백 번 째 여왕>. [출처 : 책 끝을 접다 인스타그램]


각 채널의 특성에 맞도록 재구성하는 콘텐츠


책끝은 그들이 만든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각 채널에 최적화된 형태로 만들기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카드뉴스 콘텐츠를 올리기에 적합한 채널인 페이스북과 카카오 1boon에서는 30장 내외 분량의 카드뉴스를 포스팅합니다. 올리는 이미지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는 인스타에서는 대표 이미지 몇 장만을 사용하는 대신 본문에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합니다. 또한 유튜브에서는 '무려' 모션그래픽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업로드합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각 채널에 최적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책끝은 페이스북에서 57만 명, 인스타그램에서는 10만 명, 유튜브에서는 4만 4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채널 맞춤형’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들은 여러 SNS 채널에서 책끝을 만날 수 있고, 각 채널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구독자들로 하여금 ‘콘텐츠에 공을 들였구나’,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구독자들이 콘텐츠의 퀄리티를 더욱 높다고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근거가 됩니다.

'책 끝을 접다'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75만 뷰)를 차지한 영상 [출처 : 책 끝을 접다 유튜브]


#02 구독자와의 끊임없는, 그리고 기분 좋은 소통 방식

책끝은 구독자들이 감탄하고, 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그들과의 소통도 능수능란하게 해냅다. 디노먼트의 박종일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저는 책을 읽는 행위가 거룩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독서의 재미에 발을 들여놓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는 말을 했는데요. 독서에서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구독자와의 소통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게시물과 댓글을 활용한 적극적인 소통


그들이 자주 올리는 책 소개 콘텐츠가 미스테리 소설이나 공포물임에도 불구하고, 책끝의 페이스북 페이지 전체에 감도는 분위기는 굉장히 경쾌합니다. 이는 책끝의 운영진이 구독자와 활발한 소통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그들이 소통을 하는 방식은 꽤나 재미집니다. 자신의 구독자들의 애칭을 공모받는 게시물, (참고로 책끝은 구독자들을 ‘팔랑이’이라고 부릅니다) 구독자들에게  콘텐츠 아이디어를 갈취(!)하려는 게시물, 추석 때도 콘텐츠 올리자는 팀장을 직접적으로 까는(?) 추석 인사 게시물까지. 이 모든 게시물에서는 B급, 병맛, 그리고 재미가 흐릅니다. 이러한 B급 정서는 댓글로도 그대로 이어져, 책끝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말 그대로 생기가 넘치죠. 

요즘 대세 마미손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마케팅 대세 '책 끝을 접다' [출처 : 책 끝을 접다 페이스북 페이지] 

책끝은 그들의 구독자들을 ‘B급 개그로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책에 얼마든지 돈과 시간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로 정해놓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타겟이 좋아하는 언어로 소통하고, 그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그들이 팔랑이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비결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정점, 광고로 소통하기


책끝이 그들의 톤앤매너로 구축한 친근하고도 재미있는 이미지는 비단 팬을 만드는 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광고 콘텐츠에도 구독자들의 소통과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갑.분.리(갑자기 분위기 리디셀렉트)’가 바로 그것인데요. “딸아, 네 애비는 내가 죽였다”라는 으스스한 제목의 콘텐츠에서는, 공포스럽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난쟁이가 결정적인 순간에  “지금 리디 셀렉트에 가입하면 <밤의 이야기꾼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의 콘텐츠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귀여운 펭귄이 리디 셀렉트를 구독해달라며 눈빛발사를 합니다. 

초반에는 완전 무섭다가 급 귀여워지는 난쟁이 [출처 : 책 끝을 접다 카카오 1boon 페이지] 

매 콘텐츠마다 책 광고는 물론 자신들의 서비스인 리디 셀렉트도 광고하고 있는데, 이렇게 노골적인 광고를 보면서도 구독자들은 “뜬금 없이 터졌다”, “병맛 컨셉이 내 스타일이다”, “광고가 너무 귀엽다”라고 서로 소통을 합니다. 양질의 콘텐츠와 재미있는 친구같은 이미지를 통해 책끝이 얻어낸 결과물인 것입니다.   

광고에도 열렬히 반응하게 만드는 '책 끝을 접다'의 저력! [출처 : 책 끝을 접다 페이스북 페이지]




책끝의 수많은 구독자들은 매번 콘텐츠를 볼 때마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책 사러 갑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책끝은 콘텐츠를 잘 만듭니다. 책끝은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소개하려는 책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흡입력 있는 플롯을 구성하고, 플롯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러스트를 덧붙이고, 채널에 따라 콘텐츠를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독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구독자들은 좋은 콘텐츠를 통해 책끝을 알게 되고, 책끝과 나누는 재미있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팬이 됩니다.  콘텐츠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책끝의 계정들을 팔로우해보시길 바라며, 글을 줄입니다. ⓒ라꾸 


* 본 콘텐츠는 요즘 마케터들의 매거진, <YOMA>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YOMA> 매거진에서 확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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