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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꾸 Nov 19. 2018

서로의 꿈을 껴안는 이들의 오르골

영화::라라랜드(2016)

 우리는 인생이라는 악보를 다양한 모양의 음표들로 채워가며 살아간다. 이는 삶의 깊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음표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선율을 들려주는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꽤나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사람들이 지금껏 듣지 못했던 소리를 마음으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감정의 음표를 더해줌으로써 모두의 악보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이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영화 <라라랜드>는 이렇게 누군가의 영혼을 섬세하게 건드리며 삶의 깊이를 더해주기를 꿈꾸는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들려준다. 재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가난이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꿈의 나라인 '라라랜드'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학업도 포기하고 6년째 오디션에 매달리고 있지만 역시 라라랜드로 가는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 배우 지망생 미아. 꿈을 향한 열정을 닮은 빨간색과 현실의 냉혹함을 닮은 파란색이 합쳐져 슬픈 보라빛을 띠던 무렵, 둘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이자 서로의 꿈을 껴안아주는 드림메이트가 된다. 

 둘 중에서도 조금 더 힘을 주어 상대를 끌어안은 것은 세바스찬이었다. 세바스찬은 미아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던 재즈를 잠시 내려 두고 잘 팔리는 재즈를 선택한다. 그리고 미아가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꿈을 포기한 채 고향으로 떠나버렸을 때에도 그녀가 한 번 더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일으켜 세워준다. 결국 미아는 이 마지막 기회를 통해 라라랜드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되고, 세바스찬은 미아가 그곳에 더욱 빨리 다다를 수 있도록 그녀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차에서 내려준다. 시간이 흐른 뒤, 각자의 라라랜드에 서서 서로를 마주하며 미소 짓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수없이 많은 음표로 들어찬 연주가 잔잔히 울려 퍼진다.

 결국 이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는 못했더라도,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에게 선물한 오르골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소중히 담아 놓았을 것이다. 내일의 태양을 꿈꾸며 함께 춤을 추던 두 사람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고, 아쉽게 삐걱대는 불협화음과 애틋할 만큼 아름다운 화음이 모두 흘러나오는 연보라빛 오르골. 지난 날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이 오르골은, 라라랜드에 닿기 위해 세상에 맞서 싸우면서도 서로의 꿈을 지지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던 드림메이트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찬란한 전리품이 아니었을까.  ⓒ라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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