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꾸 Jan 06. 2019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 일상 콘텐츠, 브이로그(Vlog)

YOMA Vo.9_2019년 1월호_주제 "브이로그"

 어느 외국인이 우리나라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지 못하더라도 저는 당신의 영상이 좋지만요”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그 댓글에는 좋아요가 514개나 찍혔고, 다른 외국인들도 ‘나도, 나도’ 하고 대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시했는데요. 이러한 상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왠지 영상 속에서는 케이팝 열풍을 선도하는 아이돌이 등장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상에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20대 직장인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유튜버는 아침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고, 동대문 시장에 나들이를 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파스타를 해먹고, 간식으로 마들렌을 만들어 먹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이 유튜버가 올린 다른 영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일을 하거나, 여유롭게 휴일을 보내거나, 한가롭게 피크닉을 가기도 합니다. 유튜버 온도는 이러한 ‘브이로그(Vlog)’ 콘텐츠로 이미 34만 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에서 보신 것처럼 외국인들까지 그녀의 ‘팬’을 자처하고 있을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일상 콘텐츠(Blog)의 합성어입니다. 자신의 일상을 비디오, 즉 영상으로 보여주는 이 콘텐츠는 외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콘텐츠 유형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많은 브이로그 채널들이 활동을 시작했거나 입지를 굳건히 다진 시기가 2018년이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브이로그 콘텐츠와 그것을 소비하는 구독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브이로그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유튜브에 올라오는 다른 쟁쟁한 콘텐츠들 속에서도 계속해서 성장을 해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아보고,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설정으로도 등장할만큼 외국에서는 이미 일상으로 자리잡은 브이로그. [출처 : 네이버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나와 같은 당신의 일상, 제 마음을 편하게 해줘요!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내가 본 재미있는 영화, 내가 먹어본 그 맛있는 떡볶이, 내가 가본 분위기 좋은 카페, 우리 강아지의 산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요. 많은 브이로그들이 다루고 있는 콘텐츠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일상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하게 다가오고, 이 친근한 영상 콘텐츠를 통해 브이로거와 구독자들은 '수다'를 떨며 재미를 느낍니다. 


 이처럼 일상을 바탕으로 하는 시시콜콜한 수다는 학생에게도, 자취생에게도, 직장인에게도 모두 통합니다. 그 주제가 자신에게 흥미를 끌고,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상이라면요. 예를 들어 볼까요? "시험 끝나 제일 신난 중2의 일상 - 엽기 떡볶이, 벌레 대소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유튜버 예보링의 콘텐츠입니다. 영상을 보면 화려한 편집 기법도, 잘 짜여진 플롯도 보이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시험이 끝나서 너무 신이 난 여중생들이 친구집에 함께 모여 떡볶이를 시켜 먹고, 그러다가 벌레가 나타나서 호들갑을 떨고, 셀카를 함께 찍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28만 회나 됩니다. 친구 생일이라 함께 노는 브이로그, 방학날을 기념하는 브이로그 등등 친구들과 쉴 새 없이 까르르거리는 그녀의 영상을 보다보면 평범한 중학생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는 03년생 유튜버 예보링은 지금 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입니다. 


28만 조회수에 빛나는 중학생의 소소한 일상 [출처 : 예보링 유튜브 채널]


 한편 일상에서 '일'이 너무도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직장인들은 어떨까요? 직장인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출근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또 그 사람의 출근길은 어떤지, 사무실은 어떻게 생겼고 업무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를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브이로거들이 자신의 직장 생활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많은 유저들이 호응을 해주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브이로거로 미소너굴과 둘째딸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프론트 데스크 업무를 보는 미소너굴은 출근 후 자신의 책상 앞에서 화장을 하는 모습, 프론트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 중간중간 과자나 초콜릿 같은 간식을 먹는 모습들을 모두 영상에 담아 콘텐츠로 만들어 냅니다. 둘째딸은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인데요. 그녀의 브이로그는 '오늘은 칼퇴 가능?', '앉아서 살만 찌네?', '빨리 금요일 와라...' 등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하루 일과들을 소소하게 보여줍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직무나 사무실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여느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의 직장 생활을 지켜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동지애가 피어오릅니다. 이러한 동지애는 '저도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사람이에요!', '업무 중에 실수를 하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와 같은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죠. 이처럼 나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선사해주는 것 같습니다. 


유튜버 '둘째딸'의 영상에 달린 직장인들의 공감 가득한 댓글들 [출처 : 둘째딸2ndD 유튜브 채널]


나와 다른 당신의 일상, 제 경험을 넓혀줘요!

 앞서 언급한 브이로그들의 키워드가 ‘비슷함에서 오는 소통’이었다면, 이번에는 ‘다름’과 ‘경험의 확장’을 키워드로 하는 브이로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하이틴 드라마 속 가공된 모습이 아닌, 미국 고등학생의 진짜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도쿄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주부의 일상은요?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영상으로 낱낱이 보여준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듣고, 먹고, 느끼는 것들이 우리의 그것들과 얼마나 다른지가 궁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브이로거들은 이러한 궁금증을 단숨에 해소해 줍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브이로거 유진은 ‘미국 고딩’의 일상을 자연스러운 톤앤매너로 보여줍니다. 부스스한 얼굴로 시험 공부를 하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하는 영상에서는 미국 고등학교의 시험 형태와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공부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이 쓰는 슬랭, 홈커밍 파티, 여름 방학, 미국의 동네마트 등등 현지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녀의 브이로그를 통해 구독자들은 내가 체험하지 못하는 미국 고등학생의 일상을 '밀착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가끔은 미국 고등학생의 학교 땡땡이 친 날(!)같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도 간혹 등장합니다. 이러한 콘텐츠의 매력 덕분에 활동을 시작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유진은 무려 2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 경쟁력을 인정 받아 글로벌 MCN 콜랩(collab)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미쿡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 고딩' 유튜버 [출처 : Youjin유진 유튜브 채널]


 도쿄 주부 오딜의 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버 오딜은 도쿄에 살고 있으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귀여운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부유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브이로그에는 도쿄에서의 일상이 오밀조밀 담겨 있는데요. 온천 여행, 불꽃 놀이, 오사카/도쿄 여행처럼 일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브이로그는 물론, 전시회, 콘서트, 클래식 연주회, 캠핑 등 다양한 문화 생활들에 대한 영상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일본인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아들 루카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런저런 절차를 밟는 영상이 흥미로웠습니다. 입학 설명회의 팜플렛에 학교 입학 때 필요한 준비물들의 규격이 cm단위로 적혀 있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교복과 구두를 맞춰서 신고 가는 것, 신발주머니 옆에 꼭 같이 걸어두어야 하는 방재 모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일본 초등학생들의 필수품 란도셀을 구입하는 것까지. 이처럼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일본인들의 생활을 꽤나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기에 11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의 콘텐츠를 구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 가져갈 방재모자를 써보고 있는 루카스. 넘나 귀여운 것! [출처 : Tokyo 오딜 Odile 유튜브 채널]


우리의 일상에 한뼘 더 깊이 들어올
일상 비디오 콘텐츠


지금보다 더더욱 많아질 브이로거


 오늘 소개해드린 브이로거들은 모두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콘텐츠화' 하였고, 그 결과 '크리에이터'라는 호칭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콘텐츠를 통해 많든 적든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요. 구독자 수나 조회수 등 콘텐츠의 영향력에 따라 유튜브로부터 지급받는 수익은 물론, 이런저런 기업 협찬을 통해서도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2019년에는 브이로그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SNS채널을 통해 일상을 공유해 왔습니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혹은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거기에 약간의 품을 더 들여서 그것을 하나의 콘텐츠로 정제해 낸다면, 자신의 '팬'이 생기고 그에 따른 수익도 함께 가져갈 수 있습니다. 약간의 품이라는 것도 그리 거창하지 않은 편집 기술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블로그에 글을 써서 일상을 공유할 필요가 있을까요? 앞에서 언급한 미소너굴의 경우 본래 파워블로거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가 유튜브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브이로거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블로그에서 유튜브로 활동 무대를 옮긴 미소너굴의 직장 브이로그 [출처 : misonugool미소너굴]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캐논과 같은 카메라 브랜드에서는 '브이로그 촬영에 최적화된 카메라'라는 컨셉을 부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이미 그 컨셉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또 실제 마케팅에서도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브이로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점점 더 무르익는다면, 그것을 제작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허들은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더욱 많아질 내러티브 광고


 맥락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제품을 광고하는 내러티브 광고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브이로그 콘텐츠와 궁합이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브이로거의 방에 보이는 옷장, 요리할 때 넣는 재료들, 방문하는 카페, 사용하는 화장품, 아침 대용으로 먹는 식품들까지. 말 그대로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브이로그 콘텐츠는 협찬과 간접 광고, 내러티브 광고가 들어갈 틈바구니가 넘쳐 흐릅니다. 그리고 발빠른 브랜드들은 이러한 기회를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브이로거 무파사의 유튜브 채널에 가보면 "내 딸 첫 놀이공원... 브이로그 스마트폰으로 끝장내기"라는 콘텐츠가 메인에 걸려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삼성의 스마트폰 A7의 내러티브 광고를 담고 있는데요. 영상의 핵심 내용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한살배기 딸 도담이가 놀이공원에서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파사는 영상 곳곳에서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데 있어 A7이 얼마나 괜찮은지 계속해서 언급합니다. 구독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끔 평소와 같은 스타일로 콘텐츠를 제작하되, 거기에 제품의 광고를 적절하게 녹여낸 것이죠.


삼성 스마트폰 광고 영상의 소개글 [출처 : 무파사 유튜브 채널]


 영상에 달린 댓글들에는 광고에 대한 언급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상을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A7'이라는 제품명과 그 제품이 브이로그를 촬영하기에 적합하다는 '메시지'가 각인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즐기는 사이사이에 광고 메시지가 살짝살짝 들어오다보니 그 메시지만 따로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불쾌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콘텐츠를 즐기고 있으니까요. 거부감은 덜어낸 채 광고의 메시지만 명확하게 전달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내러티브 광고가 아닐까요? 이러한 저력 덕분에, 앞으로 더더욱 많은 브이로거들의 콘텐츠에는 내러티브 광고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마케터들에게는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결이 잘 맞는 브이로거를 찾고 협업하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될 것 같네요.

 



 일상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나, 나의 친구, 나의 직장 동료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 평범한 중학생, 고등학생, 직장인이 글로벌 MCN과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한 기업의 광고 의뢰를 받는 시대. 브이로그라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가져올 변화를, 여러분들은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라꾸


 * 본 콘텐츠는 요즘 마케터들의 매거진, <YOMA>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YOMA> 매거진에서 확인해보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