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MA Vo.3_2018년 6월호_주제 "통일"
본 콘텐츠는 요즘 마케터들의 매거진, YOMA에서 발행됐던 글입니다. YOMA는 저를 포함한 사회초년생 마케터들이 한 달에 한 번 공통된 주제를 정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담은 글을 발행하는 소소한 매거진인데요. 남북 정상이 만나 환한 얼굴로 농담을 주고 받았던 지난 4월 27일, 모두의 마음 속에는 "통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었죠. 그 설렘을 만끽하고자, YOMA 멤버들은 Vol.3의 주제를 "만약 통일이 된다면 제안하고 싶은, 자신의 관심사가 듬뿍 담긴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었는데요. 예술을 좋아하는 저는 '월북 예술가 테마 카페' <카페 월越>을 기획해 보았습니다. 잠시 시곗바늘을 두 달 전으로 돌려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면서 읽어보시길 바라요 :)
지난 한 달 간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여러 이슈들 중에서도 가장 굵직하게 떠오르는 것은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이 아닐까 싶은데요.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도 낯설고, 평화의 의지를 행동으로까지 보여주는 것은 얼떨떨하기까지 합니다. 요즘 마케터들의 매거진, YOMA도 이러한 흐름을 가만 두고 볼 수만은 없겠죠? 그래서 YOMA Vol.3의 키워드를 '통일'로 잡아보았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각자의 관심사와 상상력을 더해 글을 써보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저 또한 통일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 제가 관심있는 예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기획해 보았습니다. 그저 예술을 좋아하는 마케터로써 "누가 이런 걸로 사업을 해주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월남 예술가도, 월북 예술가도, 결국은 모두 "한국"의 예술가
제가 제안하고 싶었던 아이디어는 바로 '월남, 월북 예술가들을 컨셉으로 한 카페'입니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 들어 보셨을 텐데요. 하지만 한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은 월남 예술가와 월북 예술가라는 낙인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로 인해 월남 예술가들의 작품은 북에서, 월북 예술가들의 작품은 남에서 터부시되어 서로에게 전해지지 못해왔는데요.
따라서 남한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월북 예술가들의 작품을, 북한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월남 예술가들의 작품을 가볍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컨셉의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월남 예술가든 월북 예술가든 모두가 '한국'의 자랑스러운 예술가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카페의 이름은 <카페 월越>로 지어보았습니다. '넘다, 건너가다, 넘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월越'이라는 단어는 남과 북으로 넘어가서, 혹은 넘겨져서 돌아오지 못한 월남, 월북 예술가들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통일 한국으로써 분단이라는 역사적 비극 자체를 잘 넘어가자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카페 월越>의 매력 포인트를 간단히 살펴볼까요?
<카페 월越>의 첫 번째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인테리어입니다. 1930~40년 대의 예술가들은 종로의 다방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열띠게 생각을 나누며 예술혼을 불태웠는데요. 월남과 월북이라는 꼬리표 없이 모두가 '한국'의 예술가였던 때의 감성을 레트로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포인트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사례로는 을지로의 <커피한약방>이 있습니다. <커피한약방>은 1930년 대 '경성'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커피를 필터로 내려주는 독특한 컨셉으로 인스타 피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요.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레트로한 느낌과 더불어 월남, 월북 화가들의 그림과 시인들의 시, 그리고 소설가들의 문장들로 카페 곳곳을 꾸며 놓는다면 꽤나 힙한 공간이 탄생할 것 같지 않나요?
기라성 같은 월남, 월북 예술가들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고 친숙한 예술가들 6인을 제 임의로 뽑아보았습니다. 월남 예술가로는 화가 이중섭, 시인 구상, 음악가 장일남, 월북 예술가로는 화가 이쾌대, 시인 백석, 소설가 이태준. 이 여섯 명의 예술가들을 바탕으로 카페의 메뉴와 컵홀더를 꾸며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커피의 이름을 각 예술가들의 대표작으로 지으면 꽤나 느낌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강렬한 커피향이 매력적인 메뉴에는 이중섭 화가의 대표작 '황소'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의 커피에는 이태준 소설가의 대표작 '달밤'을 붙여주는 식으로요.
커피는 각 커피가 상징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전용 컵에 담습니다. 화가의 커피에는 그림을, 시인의 커피에는 시를, 음악가의 커피에는 악보를, 소설가의 커피에는 문장을 새겨 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커피의 이름에서부터 맛, 컵의 디자인까지 예술가들의 숨결을 불어넣는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고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카페 월越>의 컨셉 자체는 굉장히 새롭거나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화가 반 고흐의 이름을 내걸고 컵 디자인에 고흐의 그림을 새겨 넣어 인기를 끌고 있는 <반 고흐 카페>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작품 활동을 했던 예술가들이라면,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예술가들의 고뇌가 묻어나온 작품들이라면, 분명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감성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통일이 되면 제안하고 싶은 컨셉 카페, <카페 월越>의 기획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분단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가슴에 담아 두고 그것을 예술에 녹여낸 수많은 한국의 월남, 월북 예술가들. 언젠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그들의 너무도 아름다운 작품들로 가득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조심스레 꿈꿔봅니다.
*본 콘텐츠는 마케팅 스터디 <YOMA>의 콘텐츠로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