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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Sep 08. 2019

심플한 칠순잔치

불효일기

나의 계획처럼

모두가 행복했을까

나만 행복했을까

출처 pixup


칠순 생신을 한 달여일 남겨 두고

'누구도 부르고 누구도 부르고

누구는 벌써 기다리고 있으니 꼭 부르고' 하신다.


헐, 큰일 났다.

나는 잔치할 생각이 없다.

축하드리고 감사드리고,

남은 여생을 응원할 생각만 있다.


'시대가 변했다'로 시작된 나의 건방진 일장연설.

'실용적인 시대다,

 남의 눈이 아니라

 자기 행복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백세시대니

 칠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나도 늙었나 일 절로 안 끝나고

 결국은 구질구질 말이 길어졌다.


그런데 구질구질이 먹혔다.

'그럼 누구는 빼고 누구도 빼고

그래도 누구는 못 빼고...'

점점 줄기 시작하더니,

결국 가족모임으로 하자고 하신다. 만세.


좋은 식당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었다.

우리 수준에서의 '좋은' 선택이다.

식사 후 케이크를 자르고 사진을 남겼다.

나는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사시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리며

이근후 님의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사는 법'  책을 선물해 드렸다.


우리는 모두 행복했을까.


카드할부로 할머니의 환갑을 치르셨던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서운하셨을까.


추석을 앞두고 만족스럽게 치른 칠순.

나는 신이 나서 추석의 본질은 뭘까 생각한다.

시부모님께 행복한 추석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두 번째 불효일기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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