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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Aug 27. 2019

마음을 비우는 날엔, 아이스카페라떼

기본으로 돌아간다

스타벅스의 말차레모네이드, 이디야의 흑당 라떼. 지난 한 주는 이것들에 꽂혀 지냈다. 비주얼부터 시원새콤설렘한 말차레모네이드. 새콤하다가 쌉쌀하다가하는 그 맛의 매력을 시원하게누렸다. 자꾸 덤벼 드는 아이를 옆에 끼고 마시느라 한모금한모금 누리지 못하는 건 아쉽다. 벌컥벌컥 들이켜고 컵을 치워 버린다. 그래도 스타벅스 나들이 했다며 콧바람 넣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흑당 라떼에는 각설탕이 12개가 들어간다나 어쩐다나. 말들이 많다만 그래도 핫한 요것을 안 먹어 볼 수는 없다. 달다. 너~무 달다. 한 모금만 마셔도 순간적인 당충전.  힘드니까 괜찮아 하며 신 나게 들이켰다.           


미루고 벼르던 첫째 아이의 치과 진료를 마치고 남편에게 두 아이를 맡긴 채 카페를 향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남편의 퇴근 후 카페에 간다. 90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짧지만 내겐 구원의 시간이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 인공호흡을 받는 기분이랄까. 이번엔 눈이 가는 화려한 메뉴들을 애써 확인하지 않고, 아이스카페라떼를 주문한다. 나의 기본 메뉴이다. 새로운 메뉴 시즌메뉴 핫하다는 것들에 눈이 돌아가 한 동안 주문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마음이 ‘기본’을 원하기에 메뉴도 분위기를 맞춰주면 좋겠다. 멋 부리지 않은 깔끔한 비주얼. 얼음과 옅은 갈색의 커피뿐이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깔끔함이 반갑다. 부드럽고 시원한 커피의 맛과 향. 더 반갑다. 한 모금을 천천히 들이키며 오늘 나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예감한다.           

글을 쓰며 설렜다.다른 이들의 글을 보는 시간은 더 설렜다. 글 속에 녹아든 타인들의 삶을 보며 내게 없는 에너지를 수혈받았다. 그러나 수혈이 과했던 걸까. 어느 순간 삶을 살지 않고 글  속에 빠져 있는 나를 보았다. 글을 보고 싶은데 아이가 잠들지 않으면 짜증이 났다. 아이 앞에서는 휴대폰을 보지 않겠다는 일상의 원칙은 무너지고 아이는 요 며칠 사이 더 나의 휴대폰에 집착하며 떼가 늘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짜증이 나고...일상을 구원하던 글쓰기와 읽기가 뭔가 오염되고 있었다.       

글에 대해 삶에 대해 조급해졌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싶어지니 문제는 아이가 거추장스럽고 살림이 미워진 것이다. 앗. 본말전도다. 지긋지긋한 육아와 살림을 더욱 사랑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 아니던가.


 글과 삶이 분열되지 않고 일원화되기를 바랐다. 행여라도 글을 위해 삶에, 혻은 삶을 위해 글에 거짓이나 위선이 스미지 않기를  바랐다. 진실된 글을 쓰고 진실된 삶을 살기를 바랐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글로 길을 찾고, 써 내려가는 글이 길이 되기를 바랐다. 아, 맞다. 그랬다.       

            

아이스카페라떼. 화려한 메뉴들에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 느끼는 깔끔하고 단정한 맛과 함께 나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다. 꾸준히 쓰며 글과 삶을 단련하면 된다. 그것이 나의 삶을 다음 스텝으로 옮겨 놓으면 충분하다. 더 쓰고 더 읽고 싶은 욕심과 그럼으로써 쌓인 부정적인 감정의 불순물들을 털어 버린다. 다시 삶으로 돌아와 중심을 잡는다.   

 기본으로 돌아간 마음. 부대끼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시 '생기'가 돈다.  마음을 비우는 날엔, 아이스카페라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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