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외출을 위해 입고 갈 옷을 이것저것 걸쳐보는데, 어쩜 하나같이 다 이렇게 구질스럽고 안 어울릴 수가.
그리고 가장 구질스러운 건 뽀루지까지 하나 돋은 나의 얼굴.
신경질이 났다.
얼굴에 화내봤자 소용 없으니
옷에 대해 화내기 시작한다.
입을 게 없다고.
난 기본적으로 옷에 사는 데 소심하다.
좋은 옷 예쁜 옷을 많이 업어보지 못한 탓이기도 하고, 부모도 남편도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다. 튀는 옷이나 예쁜 옷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편견이길 바란다) 때문에 늘 평범한 디자인의 칙칙한 무채색 옷을 사입는 나다.
스무살 무렵 친구의 강력한 권유로
새빨간 로엠 원피스를 입고 사 입었던 기억.
그것 뿐이다.
이런 내게도 늘 공주스타일이나 발레리나 룩 따위에 대한 환상은 한 구석에 잠재되어 있었나 보다. 항상 레이스가 달린 옷들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했다. 물론 선뜻 사지도 못했다.
이번에는 입고 싶었다.
용기만 내면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으려고 노력도 했다.
그러나 한 번도 입지 못했고
비로소 오늘은 저놈의 애물단지를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옷은 여전히 예쁘고 설렌다.
그러나 내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다.
서른 여덟에게 예쁜 옷, 편한 옷.
아기 엄마에게 자연스러운 옷.
나라는 사람과 조화가 되는 옷이 따로 있다.
입지도 못하면서 오랜 기간 걸어놓았던 내 옷. 버리려고 몇 번을 망설였지만 미련을 놓기 힘들었던 건 옷이 아니라 나의 집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