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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02. 2019

엄마의 무기력은 무죄

일시정지가 금지되었다

삶을 돌보기보다

그냥 툭 하고 떨구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엔 뒤굴뒤굴 지치도록 잠을 자거나

생각을 멈추고 무심하게 TV를 보는 것이 묘약이었다.

그렇게 일상을 한 번 떨구고 나면

또 훅 고개를 들고

살아갈 힘이 꿈틀꿈틀 올라오곤 했다.

젊은 시절엔, 그렇게 나를 충전하며 살았다.


지금도 여전히 삶을 툭 떨구고 싶은

무력한 날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당분간은

내게 일시정지가 금지되었다.

절망이 온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쉴 틈 없이 놀아달라 하고 보채는 탓에

나는 체력도 영혼도 탈탈 털렸다.


가까스로 낮잠을 재우고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시간. 그러나 그런 아침을 보내고 나면

주어지는 나의 시간을 신 나게 보낼 에너지까지도 함께 고갈된다는 것이 슬프다.


그렇게, 무력한 어느 날이 지나갔다.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나는 한 번 씩 마음놓고 무력해 질 수 있는 날을 계획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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