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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17. 2019

엄마의 셀카 홀릭

나는 매일 셀카를 찍는다

나는 매일 셀카를 찍는다.

공개할만한 작품은 탄생하지 않는다.

혼자 들여다보고, 혼자 감상을 기록한다.

때론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고

때론 거울을 향해 서서 전신샷을 찍기도 한다.


이렇게 나는 나를 본다.



셀카를 찍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내가 아이와 놀고 있는 습을

함께 있던 지인이 찍어 보내 주었다.

고맙게 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 보는데 

나는 충격을 받았다.


분명 거울을 보고 나갔을텐데

그때 보았던 나는 거기에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초라했고

산후탈모로 휑한 머리와 상한 머릿결은

머리를 묶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거친 느낌이 다 드러났다.

보이는대로 입고 나간 옷은 아무런 매력도 없었다.

어깨까지 굽어 더 늙어 보이는 나의 모습.


그래, 거울에서 봤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다. 내가 저렇구나.


나는 급히 어깨 교정기를 샀다.

화장을 좀 더 하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단백질 트리트먼트와 탈모샴푸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꽃청춘 시절에도 안 던 셀카질을 시작했다.
 
오늘 내가 어떤지 확인한다.

지금 어디를 가꾸어 주어야 하는지 들여다본다.

나는 어떤 옷이 어울리는 사람인지 묻는다.

어깨가 굽어있지는 않은지 끊임 없이 의식한다.


처음에는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으로

스트레스도 받았다.

 웃지 않으면 사람이 너무 밋밋했고,

웃으면 눈가와 입 주변에 주름이 드러났다.

점점 나는 예쁜 것을 추구하기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자며 방향을 돌렸다.


나의 주름에 스스로 적응해 나가자고 생각했다. 주름이 자연스러운 나의 것이 되면,

그래서 어색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늙지 않을 방도가 있겠는가.

피할 수 없다면,

나를 치장하는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여보자. 주름도 내 얼굴의 한 부분이다.

경계를 그으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사진 어플을 사용하고 표정을 짓지 않으면

주름 없는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속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니

의미가 없다.

웃는 모습, 아니 안 웃어도 좋다, 그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담되

그 안에

삶에 대한 피곤 대신 생기가 드러나기를

게으르게 방치된 모습이 아닌

가꾸어진 일상의 성실함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뒤늦게 빠진 셀카 찍기의 재미.

나는 더욱 이 기술을 연마하련다.

자화상을 그리는 성찰의 시간.

이렇게 하루하루 깊이 나를 들여다보며

아름답게 아니 자연스럽게 나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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