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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23. 2019

그녀의 빨래

그녀는 야무지고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

아이를 하원 시키기 위해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칭얼거림이 심해진 둘째 아이와 씨름하며

지난하게 보낸 하루,

나와 보니 밖은

볕이 참 좋은 가을 날이었다.



앞집 마당에 정갈하게 빨래가 널려 있다.

몇 벌의 아이 옷과 어른 옷은

다려 놓기라도 한 듯 쫙쫙  펼쳐졌다.

정성스레 열을 맞춰

좁다란 빨랫줄에 야무지게 달려 있다.

볕도 좋고 바람도 좋으니

솔솔 좋은 향이 베일 것만 같다.


오전에 돌려 놓고,

건조기로 옮기지 않은 빨래가 생각났다.

아...나는 뭐하고 사는 거니 자책하며 묻는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

그녀가 걸어 놓은 정갈한 빨래의 행렬을

또 한 번 바라본다.

기분이 좋다.


반나절을 서로 엉켜 있던 젖은 빨래들을

끙차 하며 끄집어 냈다.

건조기의 먼지를 털어 내고

향기시트까지 한 장 넣어

빨래를 말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나도 상쾌해졌다.


가을 바람과 좋은 볕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좀 하며 살자고,

나를 다독였다.


그녀의 빨래가 아름다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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