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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Dec 23. 2019

일상이 그토록 피곤했던 이유

Pour your heart into it.



퍼내야 다시 고이는 우물처럼

삶도 그렇게 한껏 소진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무언가에 대한 깊은 갈망으로 눈이 떠졌다.

아이의 칭얼거림 탓에 잠에서 깰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묘하게 마음이 뭉클했다.


새벽 3시 42분.

문득 내안에 퍼지는 뜨끈한 열망 같은 것이 있어 눈을 떴을 때,

새벽 3시라는 시간은 나를 떠밀어 주었다.

이른 아침이 아닌, 깊은 새벽의 시간이다.

이른 아침보다 좀 더 차분하고 깊으며 맑은 시간.

아이들이 깨서 나의 고요한 자아를 깨뜨릴 확률이 좀 덜한 시간.


무엇에 대한 열망이었을까, 이 아침은.

잠보다 강해서 나를 깨운 열정이 반갑다. 다행스럽다.


10년 전 강의를 들었던 교수에게 다시 10년 만에 강의 들을 기회가 생긴 남편이 말했다.

'똑같더라...'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는 어떤가.


살림과 육아를 즐기는 순간보다,

그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리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핑계는 충분히 많았다. 몸도 안 좋았고, 상황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


다섯 살 아들이 짜증을 내거나 핑계를 댈 때 나는 조용하게 말한다.

'그래봤자 아무 소용도 없어.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봐.'

그 말이 내게도 와  닿는다.

핑계는 내 삶을 아무 소용 없게 만들 뿐이었다.

 

5년 동안 두 번의 출산과 지속되는 육아의 굴레에 갇혀 있던 내게

지난 주 '특별한 외출'이 허락되었다.

아니, 허락되었다기보다 스스로 악착같이 기회를 붙잡았다.

아이 없이 홀로 훌훌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

한때는 나의 일상이었던 지하철이 참 새롭게도 느껴졌다.

여행 온 타지 사람처럼 주변을 살폈다.

여행객처럼 나 혼자 이곳에 어색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살피기도 했다.

그날, 5시간을 온전히 집중하고 즐겼다.

그러고 나니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오랜만에 참 멀쩡(?)했다.


마음이 온전하니 몸의 피곤도 어느 정도는 컨트롤이 가능하다.


마음을 쏟지 못한 피로.



아, 마음을 쏟지 못한 피로.

그게 내게 참으로 컸던 거구나.


아이들의 투정은 받아줄지언정 꾸물꾸물하는 내 자아와 열정은 묵인하고 살았다.

아이들의 투정을 어느 정도는 받아주어 틈을 주듯, 나 자신에게도 틈을 내주어야 했다.

 

일기 한 편을 온전히 마음 모아 써내려가든, 글 한 편을 마음을 다해 꼭꼭 씹어 읽어내든,

온전하게 마음을 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와 여력이 없다며 꽤 많이 포기하고 끊임 없이 유보하며 지냈다.

그러나 마음을 다하는 시간은 결코 나의 에너지를 고갈시키지 않았다.

또 다른 동기와 열정으로 연결되었다.


퍼내야 다시 고이는 우물처럼

삶도 그렇게 한껏 소진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Pour your heart into it.


                                                 5시간을 보낸 스벅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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